지난해 출생아 수가 25만명 밑으로 내려왔다.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했다.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사망자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10년 내 인구 5000만명 붕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생지표 10년 새 반토막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이었다. 2021년 26만600명 보다 1만1500명 줄었다. 출생아 수가 25만명 밑으로 내려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0년 27만명을 기록해 20만명대로 처음 내려온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출생아 수는 1만6800명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저치였다.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전망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전년도 0.81명에서 0.03명 또 감소했다. 이 역시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15년 1.24명을 기록한 이후 6년 연속 감소했다. 이같은 출산율 수준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OECD국가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9명으로 한국의 두배를 넘는다.
작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은 10년 전인 2012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2012년 출생아 수는48만4600명으로 작년의 1.9배에 이른다. 합계출산율은 당시 1.30으로 지금의 1.7배다. 10년 전만해도 '초저출생'에 해당하는 출산율에 막 진입한 상태였다.
연령별로 보면 35세 이상 연령층의 출산율이 증가했다. 35~39세 여성의 출산율은 지난 2021년 1000명당 43.5명에서 작년 44명으로 0.5명 늘었다. 반면 25~29세는 27.5명에서 24명으로, 30~34세는 76.1명에서 73.5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평균 출산 연령은 33.5세로 0.2세 상승했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1.12명)이었다. 최저는 서울로 0.59명에 그쳤다. 출생아 수는 대전이 7만4000명에서 7만7000명으로 늘어 유일하게 출생아가 증가한 지자체로 꼽혔다.
사망자 급증…인구 5000만 붕괴 가시화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급증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7만28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만5100명 늘었다. 1000명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조사망률은 7.3명으로 1.1명 증가했다.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은 고령화 영향이 크다. 60대 이상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망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령대별 사망자 수를 보면 80대 사망자 수가 13만9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대비 2만6400명 증가했다. 70대 7만6600명, 90세 이상 6만1400명 등이 사망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했던 것도 사망자 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은 -12만3800명으로 집계됐다. 이민 등의 요인을 제거했을 때 작년 한해 동안 인구가 12만명 넘게 줄었다는 것이다. 연간 인구 자연감소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인구 감소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의 기본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2년 인구 자연감소분은 7만8000명으로 실제 감소분(12만3800명)보다 훨씬 적다. 통계청이 예상한 최악 시나리오의 자연감소분도 10만6000명에 그친다.
인구 자연감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구 5000만명 붕괴 시점도 더욱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인구 5000만명이 붕괴하는 시점을 기본 시나리오에서 2041년, 최악 시나리오에서 2031년으로 봤다.
한국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 통계청은 전광판에 인구시계를 띄우며 이를 축하했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을 넘는 20-50클럽에 세계에서 7번째로 가입했다고도 했다.
향후 10년 내 인구 5000만명 붕괴가 현실화하면 약 20년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는 셈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잠재성장률 제고가 어려워져 성장동력도 상당부분 저해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