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5000만원의 지참금을 받은 부모가 미성년 딸을 일면식도 없는 남성과 결혼시키려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21일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쓰촨성의 한 부모는 한 남성에게 26만위안(약 4900만원)의 차이리(彩禮·지참금)를 받고 16살 딸 '샤오쿠'와 결혼을 약속했다.
샤오쿠는 일면식도 없는 남성과 결혼하라는 부모의 강요에서 벗어나기 위해 광둥으로 달아나 공장의 생산직으로 취업했고, 이미 차이리를 건넨 남성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그녀가 일하는 공장까지 찾아갔다.
강제로 차에 태워진 샤오쿠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중 휴게소에서 구조 요청해 경찰의 도움으로 풀려났다.
현지 민정국과 여성연합회는 그녀의 가족을 불러 설득한 뒤 샤오쿠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중국 네티즌들은 "돈이 탐나 딸을 팔아넘기려 한 행위로 명백한 인신매매"라면서 "부모와 해당 남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또 샤오쿠를 집으로 돌려보낸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샤오쿠의 고향인 량산 자치주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량산 자치주 민정국 관계자는 "차이리를 받고 미성년 딸을 결혼시키려 한 것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위법 행위"라면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진상을 파악 중이며 위법이 드러나면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리는 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측에 주는 지참금으로, 딸을 잘 키워준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미풍양속이었으나 신부 측이 거액을 요구해 파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결혼을 꺼리는 풍조까지 확산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공공관리인력자원연구소가 2000년 이후 결혼한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가 차이리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둥은 89%에 달했다.
주로 현금이나 통장으로 주지만, 보석, 부동산, 자동차 등을 건네기도 한다.
차이리 액수는 신부 측 부모가 정하고, 차이리의 30%만 신혼부부의 살림 밑천으로 건네고 나머지는 신부 측 가족이 챙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절반은 차이리를 없애야 할 악습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63%의 여성은 결혼을 원하는 남성의 성의 표시라며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13일 발표한 올해 '1호 문건'에서 거액을 요구하는 잘못된 차이리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호 문건은 중국 지도부가 그해 추진할 최우선 정책 과제를 담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