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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존폐위기, 남얘기 아냐" 떨고있는 삼쩜삼·강남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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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로톡과 비슷한 서비스가 2000년대부터 있었다. 미국의 아보닷컴은 미국 변호사 97%의 평판 조회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엔 없는 변호사 랭킹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아보닷컴은 2007년 출시 9일 만에 변호사 단체와의 소송전에 들어가기도 했다. 5개월 뒤 승리를 거두고 시장에 정착했다. ‘일본판 로톡’ 벤고시닷컴은 2005년 설립됐다. 연매출 600억원 수준으로 2014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반면 국내 리걸테크(법률기술) 시장은 초기 단계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와의 갈등으로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직원 절반을 감원하기 위해 희망퇴직 접수 절차를 21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사옥도 내놨다.
11년 버틴 로톡, 결국 ‘흔들’
로앤컴퍼니는 연세대 로스쿨 출신 김본환 대표가 2012년 창업했다. 로톡 서비스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15년부터 변호사 단체와 충돌했다. ‘로톡이 특정 변호사들을 소개하거나 알선했다’며 형사 고발이 이어졌다. 로톡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가입 변호사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결국 지난해 10월에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9명이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협회 눈치가 보인다”며 변호사들이 로톡에서 잇따라 탈퇴하기도 했다. 로앤컴퍼니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돈줄이 말라갔다. 결국 경영진 임금을 삭감하고, 일반 직원은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연봉을 동결했다.

생존을 위한 뚜렷한 방법은 찾기 어려운 상태다. 추가 투자를 유치해도 변호사 회원 수를 늘리지 못하면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이 해결돼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로톡은 현재 정부 판단만 기다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로톡이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신고한 사건과 관련해 곧 최종 심의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르면 다음달 나올 법무부 판단도 중요하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작년 12월부터 로톡에 가입했다가 징계받은 변호사들의 이의 신청을 접수했다. 징계위가 취소 처분을 낼 경우 로톡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서비스 이용자 목소리도 들어야”
전문가 단체와의 갈등은 로톡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올해 상반기에 나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세무사회와 삼쩜삼의 갈등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무사회가 “삼쩜삼의 세무 대리 행위에 문제가 있다”며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 시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 있었다”며 신고하기도 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성형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는 비급여 진료비 정보 공개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또 대한약사회는 지난 17일 비대면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두고 “약사법 위반이기 때문에 신속히 처벌해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른바 ‘직방금지법(공인중개사협회의 지도권 부과 등)’ 통과를 추진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논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할 때 서비스 이용자도 협의체에 참여시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스타트업, 전문가 단체, 정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타다 사태와 같이 정부가 단순히 협의체를 구성해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어느 한쪽은 패배자가 된다”며 “패배하는 쪽이 스타트업이라면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할 수 있는 도전자’는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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