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자신을 '여성혐오주의자'라고 밝히는 인플루언서가 영국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현지 교육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영국 학교에서 여성혐오 범죄자로 악명 높은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를 옹호하는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교육 당국은 앤드루가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다", "강간 피해자에게도 책임은 있다" 등의 발언에 남학생들이 세뇌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영국계 미국인인 앤드루는 킥복싱 선수로 활동하다가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스스로 "여성혐오주의자"라고 공언하며,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발언을 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최소 6명의 여성을 상대로 강간, 인신매매 등을 저지른 혐의로 루마니아에서 체포됐다.
앤드루가 체포된 후에도 영국 런던 인근 한 학교의 7학년 남학생 몇몇은 "강간 피해 여성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앤드루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트런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영어 교사 클로에 스탠턴은 NYT에 "앤드루를 동경하는 남학생이 한둘이 아니다"며 "일부는 강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고 우려했다.
미들랜드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네이선 로버트슨도 "14세에서 15세 학생 상당수가 앤드루를 롤모델로 꼽았다"며 "몇몇은 '여성에게 어떤 권리도 없고, 페미니즘은 독'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서도 앤드루를 주제로 교사, 부모가 남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지 교사들이 "우리는 그들을 혼자 다룰 수 없으니 부모님이 아들에게 앤드루에 관해 이야기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보도도 나왔다.
17세 소년 아이작 오링거는 가디언에 보낸 편지를 통해 "학부모와 교사는 앤드루와 관련한 주제에 많은 남학생들이 매우 방어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많은 소년이 그를 아이콘으로 보고, 앤드루가 말하는 것처럼 남자가 열심히 일하고, 여성을 무시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직접적으로 앤드루에 관해 얘기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대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영국 내에서는 앤드루를 지지하는 남학생들로 인해 성차별 문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길리언 키건 영국 교육부 장관까지 나서 앤드루를 언급했고, 각각의 학교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앤드루의 생각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가 사회의 축소판이자 미래의 예고편인 만큼 앤드루가 젊은 세대에 끼친 악영향을 조기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앤드루의 견해가 주류에서 벗어난 것임을 학생들에게 일깨우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