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초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공개한 뒤 1기 신도시인 경기 분당에서 아파트 매물이 유독 큰 폭으로 늘어 그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별법은 1기 신도시 등 노후 주거지의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용적률 상한을 최대 500%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부동산업계에선 재건축 활성화 호재를 틈타 ‘갈아타기’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이란 분석이 많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물은 3650건이다. 특별법 공개 전날인 지난 6일(3297건)과 비교하면 2주 만에 353건(10.7%) 급증했다. 이 기간 경기 전체 아파트 매물은 4.6% 늘었다. 다른 1기 신도시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서구(1.9%)나 평촌 신도시가 속한 안양시 동안구(0.7%) 등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기 신도시 가운데 1991년 가장 먼저 입주를 시작한 분당에선 특별법이 발표된 이후 아파트값 하락 폭이 줄고 거래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둘째주(13일 기준) 분당구 아파트값은 0.59% 떨어져 전주(-1.46%)보다 낙폭이 축소됐다. 분당구 금곡동 청솔주공9단지 전용면적 36㎡는 9일 5억7500만원에 팔려 작년 이후 최저가(5억5000만원) 대비 2500만원 올랐다. 분당구 서현동 A공인 관계자는 “지난달보다 매수 문의가 30%가량 늘어난 상황”이라며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호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특별법 발표 이후 매수세가 붙을 것 같으니 이참에 집을 팔고 서울 강남 등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당보다 재건축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산이나 평촌에선 ‘좀 더 기다려 보자’는 관망세가 여전한 분위기다.
특별법 내용에 실망한 일부 집주인이 매도세에 가세하면서 매물이 급증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 대상이 당초 1기 신도시에서 ‘조성한 지 20년 이상 된 전국 100만㎡ 이상 택지’로 확대되면서 1기 신도시 투자 매력이 반감됐다”며 “재건축 추진이 기대보다 더뎌질 것이란 ‘실망 매물’도 일부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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