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활발했던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수)’가 부동산시장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 전세 10가구 중 4가구는 집값이 20%만 하락해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발생한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는 968건, 2232억원에 달했다. 월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사례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셈이다.
2021년까지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댄 갭투자 매매가 전세시장을 주도했다. 지난 몇 년간 전셋값이 급등하며 갭투자를 통한 주택 매수가 늘었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이 같은 갭투자가 어려워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매매가가 단지마다 수억원씩 떨어지고 있는데 전셋값 하락 폭은 더 크다”며 “기존에 높은 가격으로 계약한 집주인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이 장기화하면 대규모 보증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국토연구원의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하면 보증금 승계 매입 주택 중 40%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직면한다. 국토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2024년 상반기에 미반환 위험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정부가 임대인의 보증금 상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갭투자를 이용한 주택 매매가 활발하던 지역에서는 최근 급매가 이어지는 등 시장 불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갭투자가 활발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비롯한 서울 동북권은 지난해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24.9% 떨어졌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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