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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 파산으로 눈물 머금고 철수 후 재도전…진격의 토종 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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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원관리시스템(ERP)은 단순히 기업 회계를 쉽게 다룰 수 있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잘 만들어진 ERP에는 생산, 인사, 물류, 구매, 무역 등 기업의 모든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는 독일의 SAP사가 있다면, 국내에선 30년 토종 ERP 외길을 걸어온 영림원소프트랩이 있다.

20일 영림원소프트랩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575억원이다. 전년 대비 20.5%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7.8% 껑충 뛰었다. 2020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서울 강서구 영림원소프트랩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권영범 대표는 “우리 회사가 참 더디게 성장했는데 무리하지 않고 서서히 실력을 쌓아온 결과가 인제야 나오는 것 같다”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주요 사업은 ERP시스템이지만, 중견·중소기업의 컨설팅 역할도 맡고 있다. 권 대표는 “사업 초기 타깃 고객층은 매출 300억~1000억원대 회사였는데 직원 한명이 그 회사에 가서 영업, 물류, 구매, 회계 가릴 것 없이 기능별로 전부 컨설팅을 해주는 정책으로 밀고 갔다”며 “중소기업으로서는 기능별로 컨설팅받으면 비용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한명이 경영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다 익히고 갔더니 그 전략이 주효했다. 이후 매출 300억~3000억원대 기업까지 고객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ERP도 이제 인공지능(AI)시대다. 권 대표는 “회사에 10~20년 이상 인연 맺은 고객이 많은데,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인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AI 경영 분석 모듈을 개발했다”며 “과거 데이터를 통해 어떤 품목이 늘어나고 줄어들지, 신용불량에 의해서 회수되는 채권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 매출 추정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년 전 일본 시장에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재도전에 나섰고,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권 대표는 “15년 전 일본 수출을 위해 투자했는데, 현지 파트너사가 먼저 파산해 눈물을 머금고 철수했다”며 “4년 전부터 다시 일본 내 파트너사를 구했고, 현재 10여개 일본 기업이 쓰고 있다. 올해 더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에도 진출했다.

권 대표는 위기가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올 수 있다는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2017년부터 사내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 직원을 15~20명씩 나눠 저녁 간담회를 열었다. 권 대표는 “20~60대가 공존하는 회사인데, 개발자는 젊고 컨설턴트는 나이가 들어 그냥 놓아두면 소통이 단절돼 세대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며 “2019년까지 주 2회씩 총 200회 직원 간담회를 열어 조직문화 바꾸는데 올인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아시아 최고의 ERP 회사가 돼 100년 기업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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