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의 방해로 상가 임차인이 다른 임차인에게 가게를 넘기지 못했다면, 건물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건물주가 임대차계약 종료 다음 날부터 지연손해금을 줘야 한다는 기준도 처음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상가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A씨에게 71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7월 B씨 소유의 가게를 같은 해 12월까지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A씨는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인 그해 10월 다른 세입자를 구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B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B씨는 새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했다. 열흘 뒤 A씨는 또 다른 세입자를 찾아 권리금 총 1억1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B씨에게 통보했다. B씨는 이번에도 임대차계약을 맺지 않았다. 연거푸 계약에 실패한 A씨는 “B씨 때문에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B씨가 A씨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70%(7100여만원)로 제한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금의 회수 기회란 임대차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 건물에서 영업을 통해 창출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신규 임차인에게 회수할 기회”라며 ‘권리금의 회수 기회’에 관한 법적 정의를 내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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