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출발 당시 넘어진 승객이 하차 일주일 후 찾아와 "갈비뼈가 골절됐다"며 치료비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제기됐다. 해당 버스 기사는 사건을 조사한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았지만 본인에게 벌점과 범칙금을 부과해 회사의 징계를 앞두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1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버스 내린 지 일주일 후에 아프다며 치료비 달라는 승객, 이러면 버스 운전은 어떻게 하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버스 기사이자 제보자인 A씨가 공개한 버스 내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3시께 버스에 탄 여성 승객 B씨는 좌석에 앉기 직전 출발한 버스에 의해 중심을 잃고 좌석 옆 기둥에 몸을 부딪쳤다.
B씨는 하차 후 일주일 뒤 "갈비뼈가 골절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좌석 앞에서 손잡이를 잡는 모습을 확인하고 천천히 출발했으며, B씨가 미끄러운 장갑을 끼고 있던 게 부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 이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안전 운전 의무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과 벌점 10점을 부과했다. 이에 A씨는 회사의 징계까지 앞둔 상태라고 전했다. 실시간 방송에서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는 '버스 기사에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 49명(98%), '잘못이 있다'는 응답이 1명(2%)으로 집계됐다.
한문철 변호사는 A씨의 과실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B씨가 넘어질 당시 좌석에 앉아있는 승객은 마치 침대에 앉아있는 듯이 흔들림이 없다. 즉, 급출발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범칙금은 내지 말고 즉결심판에 가면 된다. 범칙금을 내면 잘못한 걸 인정하게 되니, 억울할 땐 절대 범칙금을 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즉결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하면 정식재판까지 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버스 내 사고와 관련해서는 최근 '승객의 부상이 고의가 아니라면 운전상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판결이 나온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말 자신의 방송에서 "얼마 전 이상한 대법원판결이 있었는데, 저는 그 판결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판결은 2021년 11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패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을 말한다. 당시 대법원은 버스 안에서 넘어져 다친 승객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버스회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판결을 내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7년 7월 버스 좌석에서 일어나 가방을 메던 중 정차하는 버스의 반동으로 허리를 다친 승객 C씨는 이 사고로 인해 총 113만원의 진료비가 발생했고, 본인부담금 16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97만원은 건보공단이 한방병원에 지급했다. 이후 건보공단은 "버스 기사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 모두 건보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버스 내부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C씨는 버스가 멈추기 전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도 잡지 않았고 가방을 메던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기사에게 과실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C씨)의 전적인 과실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부상한 경우 승객의 부상이 고의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운전상 과실 유무를 가릴 것 없이 승객 부상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사고가 C씨의 고의로 인한 것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므로 부상에 따른 손해에 대해 전국버스운송조합 등의 책임이 면제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