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긴축 우려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1%가량 밀렸다. 원·달러 환율도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심에 올 들어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어섰다.
1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27포인트(0.98%) 내린 2451.2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매도 주체는 기관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홀로 384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246억원, 1204억원 사들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단도 일제히 파란불을 켜며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전날 급등한 2차전지, 반도체 대형주가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크게 흔들렸다. LG에너지솔루션(-2.91%), LG화학(-3.91%), 삼성SDI(-4.22%) 등 2차전지주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1.73%)와 SK하이닉스(-0.97%)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에 대해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부담이 확대된 데다, 미 중앙은행(Fed) 위원들의 50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 발언까지 더해지며 약세로 마감한 미국 증시 여파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일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2차전지, 반도체 대형주 전반의 차익실현 매물 출회가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하락세였다.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16% 밀린 775.62를 가리켰다. 개인이 홀로 3862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91억원, 1812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도 2차전지 관련주의 낙폭이 유독 컸다. 에코프로(-7.74%)는 이날 7% 넘게 빠졌고, 엘앤에프(-5.74%)도 6% 가까이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0.47%)도 약세였다. 지난 5거래일간 랠리를 펼쳤던 에스엠(-1.36%)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에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은 웃돌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4.7원 오른 1299.5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3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장중 고가 기준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건 작년 12월 20일(1305원) 이후 2개월 만이다. 올 들어선 처음이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종료한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예상보다 높았던 물가지표에 긴축 우려가 재차 고조되면서다. Fed 위원들이 3월 '빅스텝(단번에 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증시에 부담이 됐다. 금리인상에 예민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 빠졌다. 같은 날 다우지수는 1.26%,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8% 각각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증시에 대해 "미국 금리인하 기대 후퇴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음주(2월 20~24일)는 21일 제조업 PMI(구매자관리지수), 23일 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 공개, 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확정치, 24일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경기는 견조한 가운데 물가 하락 속도는 크게 둔화되는 상황에서 Fed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