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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밭처럼 둘러싼 갤러리…돌아온 황제 '3연속 버디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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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 첫날 1번홀(파5). 첫 번째 드라이버 샷을 앞둔 타이거 우즈(48·미국)는 마치 수수밭 한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천 명의 갤러리가 다닥다닥 붙어서 우즈를 둘러쌌기 때문이다. 황제의 복귀전 티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저마다 머리 위로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사진을 찍느라 우즈의 명품 샷에 박수조차 치지 못한 갤러리는 우르르 세컨드샷 지점으로 몰려들었다. 우즈는 “출전했던 어떤 대회보다도 많은 환호성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대회 운영진이 안전문제를 우려해야 할 정도였다.

7개월 만에 필드에 나선 우즈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팬들에게 화답했다. 그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즈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선두 그룹에 5타 뒤진 공동 27위지만 반년이 넘는 공백과 다리 부상을 감안할 때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고 338야드…재기 가능성 보여줘
제네시스대회는 우즈가 지난해 7월 열린 메이저대회 디오픈 이후 처음 나선 공식전이다. 작년 12월 아들 찰리(13)와 PNC챔피언십에서 이벤트 대회를 치렀을 뿐이다. 우즈는 이번 경기에서 초반부터 ‘초장타 쇼’를 보여줬다. 3번홀(파4)에서 드라이버로 331야드를 보내더니 11번홀(파5)에서도 338야드를 보냈다. 320야드 이상의 샷이 다섯 번이나 나왔다. 공식 평균 비거리는 311.7야드(전체 37위)였다. PGA투어에 따르면 이날 우즈는 볼스피드가 시속 180마일(289㎞)에 육박해 동반자인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와 저스틴 토머스(30·미국)를 앞지를 정도였다. 매킬로이와 토머스 모두 장타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다.

아이언도 날카로웠다. 우즈의 그린 적중률은 66.7%를 기록했다. 우즈보다 기록이 좋은 선수는 19명뿐이었다. 그린에 공이 잘 올라가자 버디도 5개 낚아챘다. 전체 선수 가운데 12번째로 버디를 많이 잡았다. 마무리도 완벽했다. 세 홀을 남겨두고 오버파로 경기를 끝낼 위기에 놓여 있었는데 16번홀(파3)에서 2m 버디 기회를 살렸다. 17번홀(파5)에선 7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었고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3m 남짓한 버디를 성공하며 ‘3연속 버디쇼’를 완성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우즈가 (3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막판에) 경이로운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기를 마친 우즈도 “훌륭한 라운드였다”고 자평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피곤함’ 보여
몇몇 장면에선 ‘녹슨’ 실력이 묻어나기도 했다. 10번홀(파4)에선 두 차례나 벙커에 공을 빠뜨리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우즈는 경기를 하면서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걸음걸이를 노출했고, 언덕이나 벙커 턱을 지날 때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걷는 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우즈는 “호텔로 돌아가 얼음찜질을 하고 내일 아침까지 피로가 회복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며 “잘 준비해서 내일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7언더파 64타를 친 맥스 호마(33)와 키스 미첼(31·이상 미국)이 공동 선두로 나섰다. 세계랭킹 3위 욘 람(29·스페인)은 6언더파 66타를 쳐 3위로 선두그룹을 바짝 뒤쫓았다. 한국 선수 중에선 임성재(25)가 2언더파 69타 공동 27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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