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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망할지도 모르는데 정규직만 뽑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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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스타트업 대표인 A씨는 얼마 전 퇴사한 직원으로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청에 신고를 당했다. 스스로 그만둔 직원이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해고 처리를 해줄 것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앙심을 품은 결과였다. A씨는 “평소 근로시간 입증 자료를 제대로 갖춰놓지 않은 터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30인 미만 기업의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종료는 파견법 규제와 함께 스타트업에 이중고를 안겨다주고 있다. 낡은 노동 법제도가 스타트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세탁 서비스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는 전날 고용노동부 간담회에서 “현재의 주52시간제와 파견법제는 유연한 인력 활용이 필요한 스타트업에는 맞지 않는다”며 “산업 특성과 시대적 흐름에 맞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쓴소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일감이 몰리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제한과 인력난 탓에 사무직 직원들까지 세탁 업무에 투입했다. 이후 회사는 파견직 직원을 채용했다가 기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시켰다는 이유로 고용청에 고발당했다. 의식주컴퍼니는 결국 파견직 직원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은 인력 유연성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규제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한 변호사는 “당장 내일 회사가 망할지도 모르는데 정규직만 뽑으면 경영진과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공급업체 윌앤비전의 하봉수 대표는 “영세 스타트업에 한해서라도 파견 업종 제한을 풀어주고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9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를 출범시키고 파견 허용 업종 확대, 파견 허용 기간 2년 이상으로 연장, 파견·도급 구별 기준 법제화 등 파견제도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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