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경제가 고용과 물가에 이어 소비까지 강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고물가에도 지갑을 열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둔화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실업자가 늘고, 경기는 위축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무색해졌다.
Fed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은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15일(현지시간) 달러 가치와 국채 금리가 반등했다. 다만 “일시적 호조”라는 신중론자들의 목소리도 아직 크다.
○달러·미 국채금리↑
15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67% 오른 103.92를 기록했다. 장중 104.11까지 올라 최근 6주만의 최고치를 썼다.
달러 가치는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반영한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Fed가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하자 9월 114선까지 올랐다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11월 꺾였다. 이달 초에는 101.22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강력한 1월 경제지표가 잇따라 나오자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4일 확 오른 국채 금리도 2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이날 장중 2.1bp(1bp=0.01포인트) 상승한 3.828%까지 올랐다. 30년 만기 금리는 장중 1bp 오른 3.862%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금리도 전날에 이어 4.6%대를 유지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장 초반 하락했지만 소폭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와 S&P500, 나스닥지수 모두 0~1% 올랐다. 반면 금 가격은 떨어졌다. 15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4월물은 20.10달러(1.1%) 내린 1845.30달러에 거래돼 약 6주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Fed 금리인상 계속되나
미 금융시장을 흔든 건 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3% 늘었다는 이날 발표였다. 다우존스 추정치(1.9%)를 웃돌았을 뿐 아니라 2021년 3월 이후 약 2년만에 가장 높았다. 레스토랑 등 13개 부문 판매가 모두 늘었다.
제조업 경기지표도 개선됐다. 뉴욕연방은행이 집계하는 2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5.8로 전월(-32.9) 대비 27.1포인트 급등했다.
앞서 발표된 1월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였고, 1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6.4% 상승해 시장 추정치(6.2%)를 웃돌았다.
1월 소매판매 발표 후 애틀랜타 연방은행은 미 국내총생산(GDP)을 실시간으로 전망하는 예측 모델 ‘GDP 나우’를 통해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4%로 올려잡았다. 고용은 물론 미 GDP에서 약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살아있고, 제조업 심리도 회복되는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JP모간은 1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2.0%로, 골드만삭스는 0.8%에서 1.4%로 상향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던 Fed 인사들의 경고도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1월 경제지표를 본 월스트리트는 미 기준금리 고점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14일 Fed의 최종금리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5.6%로 올려잡았다. 바클레이즈는 Fed가 기준금리를 5.25~5.5%까지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빌 애덤스 코메르츠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고용 보고서는 모두 예상보다 좋았으며 올초 경제활동이 회복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Fed가 상반기 금리 추가 인상 계획을 세울 때 이 보고서들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달 미 경제지표가 일시적으로 반등했다는 주장도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아네타 마르코프스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 쇼핑시즌 부진 이후 소비가 잠시 반등했을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