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는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극본 없는 드라마로 불릴 정도로 감동적인 스토리를 자랑하지만 이야기 구조와 전개가 기존 작품들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약점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카운트’(사진)에서도 확인되는 부분이었다.
영화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판정 시비에 휘말린 복싱 선수 박시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다. 영화 속 시헌(진선규 분)은 국내외 여론의 질타를 받고 은퇴해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한다. 그러다 승부 조작으로 기권패를 당한 윤우(성유빈 분)를 만나며 삶의 전환점을 맞는다. 시헌은 복싱부를 만들고 감독으로서 학생들을 훈련시킨다.
영화는 ‘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등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진선규가 데뷔 19년 만에 맡은 첫 주연작이다. 진선규는 “단독 주연으로 전체 서사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떨리고 부담됐다”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해결사’를 만든 권혁재 감독이 경쾌한 코믹 영화로 그려냈다.
카운트는 배우들이 오랜 시간 복싱 훈련을 받은 덕분에 시원시원한 ‘타격감’을 자랑한다. 실화가 가진 힘과 여운 또한 잘 살려냈다. 박시현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나서 겪은 고통과 극복 과정을 상세히 그려내면서다. 진선규는 영화를 힘있게 이끌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다. 묘지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유튜브 ‘먹방’을 예견한 장면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경상도 사투리가 다소 어색하고, 조연들의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이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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