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라는 이름을 들으면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홍보 영상부터 떠올리기 쉽다.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 ‘범 내려온다’를 신명 나게 부르는 이날치 밴드 덕분이다. 이날치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실존 인물에서 따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경숙(1820~1892)의 별명이 바로 이날치다. 그는 노비로 태어나 줄을 타는 광대로 살다가 서른이 다 돼서야 소리꾼이 됐다.
이날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이 지난주 나왔다. 저자인 장다혜 작가는 14일 한국경제신문에 “이날치의 청춘이 얼마나 치열했을까 하는 상상이 제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고 했다. “신분제가 붕괴되던 조선시대 후기라 해도, 주어진 운명을 떨쳐내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다는 게 노비 출신으로서는 만만찮은 일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장 작가는 프랑스에 거주 중이어서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뤄졌다.
장 작가가 이날치라는 인물을 처음 접한 건 출판사에서였다. 첫 소설 <탄금>을 냈던 출판사 북레시피의 김요안 대표가 새 소설의 소재로 제안했다. 마음을 사로잡은 소재였지만 천민 출신 이날치에 대한 기록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을 통해 절판된 학술서까지 헌책방에서 구해 읽으며 소설을 썼다. 그런데도 대부분을 상상으로 채워넣어야 했다.
장 작가는 “가장 도움이 됐던 건 1900년대 초에 녹음된 옛 명창들의 목소리였다”며 “노이즈가 심한 레코드판에 담긴 그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날치는 ‘컬컬하게 나오는 수리성(판소리에서 쉰 목소리처럼 나오는 소리를 일컫는 말)과 풍부한 성량을 지녔다’고 전해진다.
소설은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 세시풍속에 대한 풍부한 묘사로 읽는 맛을 더한다. 역사 속 이날치는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성장했다. 장 작가는 “찰지게 사투리를 구현하려면 전라도에서만 사용하는 특정 단어들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여러 자료를 뒤적이다 전라북도청에서 발행한 <전라북도 방언사전>을 발견했고, 소설을 쓰는 내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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