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맏형’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시황 악화와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 올해도 서울 강남 고급 재건축 단지 등에서 외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수주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1345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8.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4% 급감했다. 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매출원가율이 높아진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봉쇄로 손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를 겪은 2011년(267억원) 이후 가장 적다.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대로 떨어진 것은 2012년(986억원)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의 수요 침체와 함께 철판·주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엘리베이터의 핵심 원자재는 철판(스틸 플레이트), 주물, 가이드레일(엘리베이터 균형을 맞추는 레일) 등이다. 2020년 말 ㎏당 675원이던 철판 구입 가격은 지난해 3분기엔 1100원으로 63.0% 급등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별도 기준 매출 1조8262억원, 영업이익 1473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둔촌주공을 비롯한 강남 재건축아파트단지 및 오피스단지에서 일본 미쓰비시전기, 오티스 등 외국 업체들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업계에선 현대엘리베이터가 부동의 1위를 유지했던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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