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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논란 유럽에서 다시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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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한동안 잠잠했던 기업 간 통신망 이용 대가(망 사용료) 논란이 조만간 다시 재점화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 인터넷제공기업(ISP)과 주요 콘텐츠제공기업(CP), 정부·기관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망 사용료를 논의하는 자리가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통신사·CP·정부 모인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통신사업자 모임인 GSMA는 오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사용료를 주요 의제로 논의한다. GSMA는 세계 220여개 국에 걸쳐 통신 사업자 750곳이 참여하는 단체다.


GSMA는 올해 MWC에서 각 진영이 망 사용료 관련 입장을 밝히는 공개 세션을 연다. 비공개로 열리는 GSMA 정례 이사회를 통해선 망 투자 비용 분담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엔 넷플릭스, 메타(옛 페이스북) 등 주요 CP 관계자도 모인다. 기술 담당이 아니라 정책 분야 임원들이다. 넷플릭스에선 2021년과 지난해 방한해 국회를 찾아 망 사용료 관련 법 반대 의견을 피력한 딘 가필드 공공정책 부사장이 연사로 나선다. 메타에선 마커스 레이니시 유럽공공정책 부사장이 참석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연사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망 사용료를 놓고 세계 최초로 CP와 ISP 간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여서다.

일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회의원도 참가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위원 일부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 참관 후 구글 본사를 찾아 망 이용 대가 문제 등에 대한 공식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동영상이 세계 트래픽 66% 차지
GSMA가 망 사용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건 최근 대용량 동영상과 멀티미디어형 SNS, 고화질 그래픽 게임 서비스 등이 급증한 영향이다.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 샌드바인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전년 대비 23% 늘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8%가 구글, 넷플릭스,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여섯 개 기업이 유발한 트래픽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분야로는 영상 트래픽 비중이 약 66%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통신사가 따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전용 망을 CP가 무상으로 사용하는 구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모아 트래픽이 급증하면 OTT는 돈을 벌고, 통신사는 망 투자 부담이 늘어난다. ISP가 망 투자 비용을 CP도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다.

CP의 입장은 반대다. CP는 콘텐츠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것이 본분이고, ISP는 통신망을 담당하는 게 일이니 각자 사업에 집중하자는 주장이다. ISP가 일반 사용자로부터 인터넷 사용 요금을 받고 있으니 이를 망 투자 재원으로 쓰면 된다고 보고 있다.
○국가 간 경제논리도 평행선
양측은 그간 망 사용료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사업자뿐 아니라 국가 간 경제 논리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미국은 자국 기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불이익을 우려해 망 사용료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래픽을 주로 유발하는 영상 분야 등에 이렇다 할 주요 기업이 없는 유럽에선 역내 통신기업들의 목소리가 높다.

트래픽 갈등은 앞으로 더 심화할 일만 남았다는 게 통신·콘텐츠업계의 공통된 중론이다. 메타버스·증강현실(AR)·가상현실(VR)·디지털트윈 등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가 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라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ISP와 CP 어느 쪽도 입장을 굽히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논의가 국내 국회에 계류 중인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 향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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