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등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 민사 1심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승소했다. 13일 증권가는 이번 결과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0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의 소에서 메디톡스의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나보타의 제조 및 판매 금지와 균주 인도, 생산된 톡신 제제의 폐기, 메디톡스에 400억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분쟁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부정경쟁 방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대웅제약을 형사 고소했다. 2022년 2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6월 미국 법원에, 10월에는 국내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월에는 당시 협력사인 엘러간과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과 협력사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미국 소송은 2018년 4월 기각됐고, ITC는 2020년 12월 나보타 미국 수입을 21개월간 금지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ITC 판결 이후 엘러간과 메디톡스, 에볼루스는 관련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
이번 국내 민사 소송에서 이전 국내 형사 소송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자 대웅제약 측은 즉각 항소를 결정했다. 판결서를 받는 대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할 예정이다. 판결서는 선고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수령한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지신청이 인용되면 강제집행은 사건의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된다”며 “집행정지신청에는 현금 공탁이 필요하며 공탁 금액은 판결 금액(400억원)의 최대 100%로, 향후 공탁 금액은 대손충당금으로 영업외비용에 인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ITC 판결에서는 균주 폐기는 없었으나, 이번 국내 민사에서 균주 폐기가 언급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며 “다만 대웅제약은 항소를 예고한 상태로 단기 영향보다는 가처분 소송 및 항소로 3~5년의 장기전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번 소송 결과가 나보타의 미국과 유럽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대웅제약의 미국 협력사인 에볼루스는 지난 10일 한국의 민사 소송 결과가 나보타의 제조 및 판매에 영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2021년 2월 에볼루스와 메디톡스가 진행한 합의에는 한국의 민사 소송이 나보타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제조해 에볼루스에 수출하고, 에볼루스는 해당 제품을 계속 상업화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박재경 연구원은 “미국은 나보타 매출의 약 57%를 차지하며, 이익률이 높아 영업에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며 “이번 소송 결과가 미국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에볼루스가 권리를 가진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러시아 남아공 일본 등의 지역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송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내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보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수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등 대웅제약이 직접판매하거나 에볼루스와 협력을 맺지 않은 지역은 민사 1심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볼루스와 메디톡스 간 합의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며 1심 결과 상으로는 기존의 제조방법으로 판매가 불가능하다”며 “이후 강제 집행정지 신청 결과에 따라 단기 매출 영향 및 항소에 따른 장기 매출 영향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올 상반기 안에 나보타 유통 협력 체결 및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품목허가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이 이에 미칠 영향과 완제품 및 반제품 폐기 명령이 향후 국내 영업에 미칠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또 실제 판결문에 1심 판결에 대한 가집행 명령이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소송 결과에 따른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판단이다. 박재경 연구원은 “올 1분기 실적은 악화될 수 있겠지만, 미국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므로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허 연구원은 “주가는 최악을 반영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판결문이 열람되지 않아 피해 예상 금액과 범위 등을 알 수 없고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에서 추후 판결문 확인에 따른 회사의 입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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