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을 횡단한 사건이 국제 정세를 흔들었다. 얼마 전엔 중국 정부가 해외 중국인들을 감시하는 경찰서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운영했다는 것이 드러나 온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근자엔 ‘Cyber Security Team’이라는 중국의 해커 집단이 우리 기업과 기관들을 공개적으로 해킹했다. 이 집단의 중국어 명칭은 청(淸) 왕조의 금위군 부대 효기영(驍騎營)과 비슷하다. 해커 집단은 본래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돈벌이를 한다. 인터넷의 모든 부면을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는 중국에서 이런 ‘비영리’ 해커 집단의 활동이 정부의 허가 없이 이뤄질 수는 없으리라는 사정을 고려하면, 이번 해킹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중국의 침투를 종합적으로 살펴서 그 특질을 파악하고 진지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 침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질은 전방위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침투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중국이 가장 힘을 쏟아온 분야는 물론 군사 기술이다. 1950년대 말엽에 중국과 러시아는 노선 갈등으로 사이가 나빠졌다. 그래서 러시아는 1960년부터 중국의 핵무기 개발을 지원하지 않았다. 그 뒤로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빼내 핵무기를 개발했다. 핵무기의 가장 어려운 기술인 ‘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MIRV)’ 탄두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빼내고서 넌지시 그 사실을 미국 정보기관에 알린 일화는 ‘음모 속 음모’의 백미로 꼽힌다.
중국은 다른 나라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애쓴다. 특히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우리 시민들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는다.
중국의 침투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분야는 산업 기술이다. 중국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경제 발전을 이룬 비결의 핵심이 바로 지식재산권의 절취다. 화웨이(華爲)는 그 점을 상징한다. 전기통신 기기를 수입해 팔던 이 중국 회사는 20년이 채 못 되는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통신 기기 제조회사가 됐다. 그런 성장의 비밀은 중국이 당시 가장 앞섰던 캐나다 회사 노텔(Nortel)로부터 절취한 첨단 기술 덕분이었다.
지식재산권의 절취는 상하이에 있는 인민해방군 61398부대가 수행한다. 이 부대의 임무는 중국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에 필요한 기술들의 획득이다. 이 부대는 굳이 자신의 존재와 활동을 숨기지 않는다. 기술 절취는 정치 공작보다 덜 폭발적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중국은 공산당 정권을 비판하는 해외 중국인들을 납치해 중국으로 데려오는 ‘여우 사냥 작전’과 ‘천망(天網) 작전’을 펼쳐왔다. 해외 경찰서들은 이런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는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므로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공자학원은 중국의 문화적 침투를 대표한다. 이 기구의 부정적 영향은 크지만, 우리로선 대응하기 어렵다. 우리 사립대학의 다수가 중국 유학생에게 의존하는데, 공자학원은 주로 그런 대학에 설치됐다.
중국의 침투의 또 하나 특질은 지속성이다. 중국은 전체주의 사회인지라 정권 교체가 없고 정책을 꾸준히 실행한다. 자연히 중국의 침투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끈질기게 수행된다. 정권들이 단기적 업적에 매달리는 자유사회는 이 점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우리 사회는 중국의 집중적 침투를 받는다. 그러나 상주 중국 동포가 백만 가까이 되는 상황은 깔끔한 방책이나 매끄러운 대응을 어렵게 한다. 걱정스럽게도, 우리는 이 위협에 너무 둔감하다.
실은 우리 스스로 중국에 침투로를 열어준다. 2020년의 4·15총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많은 중국인을 개표 종사자로 고용했다. 이 해괴한 행태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해명은 더욱 해괴하다. “외국인을 쓰지 말라는 규정이 없다.” 처음부터 중국인들을 쓰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자체로 심각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적 지뢰밭’인 4·15총선 선거 부정 의혹에 안전하게 접근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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