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심지 최대 재개발 구역인 한남 재정비촉진지구(한남뉴타운·사진)가 고도 제한을 둘러싼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기대했던 고도 제한 완화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한남2구역에서는 ‘시공 계약 해지’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구역도 예전 규제가 그대로 적용된 탓에 올해 예정된 시공사 결정 과정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남2, 시공사에 “고도 완화 가능하냐”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지난 8일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했다. 협의에서는 대우건설이 조합에 제시했던 ‘118 프로젝트’의 구체적 계획안이 주로 논의됐다.‘118 프로젝트’는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 수주를 위해 제시한 설계 변경안으로, 90m인 고도 제한을 118m까지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최고 14층으로 제한된 2구역의 아파트 층수는 21층까지 높아진다. 층수 제한에 불만이 컸던 조합원 사이에서는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고도 제한 완화를 위한 설계 변경 일정이 늦어지면서 조합은 “118 프로젝트가 가능한지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라”고 시공사에 요구했다. 고도 제한 완화 약속이 무산돼 향후 조합 총회에서 시공 계약이 해지되면 그동안의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할 것도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규제 완화가 오래 걸린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 계획조차 듣지 못한 상황”이라며 “118 프로젝트를 본계약에 명시하는 등 법적 책임을 져달라고 시공사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조합이 ‘시공 계약 해지’까지 거론한 것은 고도 제한 완화 소식이 늦어지면서 조합원 사이 갈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임원 선거를 앞두고 사업성 악화를 둘러싼 갈등이 커졌다”며 “조합에서도 약속했던 규제 완화가 늦어지며 답답해하고 있다”고 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으로, 118 프로젝트 관련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3·5구역도 완화 원하지만 ‘요원’
한남뉴타운은 2016년 정해진 ‘한남재정비촉진지구 변경 지침’의 규제를 받고 있다. 기존 지형은 최대한 보존하라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지침이다. 고도 제한 역시 90m로 모든 구역에 일괄 적용됐다.다른 구역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바로 옆 3구역은 고도 제한으로 최고 14층 높이로 설계돼 있다. 조합 측은 중대 설계 변경을 통해 최고 33층 110m 높이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남동의 한 공인 대표는 “조합원 사이에서는 변경보다 빠르게 재건축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어 실제 변경 가능 여부는 미지수”라고 했다.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저지대인 4구역과 5구역 역시 지침 변경을 바라고 있다. 구역 내 최고 층수는 23층에 달하지만, 일부 동이 저지대임에도 7층으로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최고 층수는 건드리지 않고 현재 60m 수준인 저층 동의 규제를 일부 해제하는 방향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도 제한 완화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차별화된 디자인 건물에 한해 고도 제한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한남뉴타운은 2016년 지침부터 바꿔야 설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