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은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술 접대하고 숙취에 시달리느니 전화 한 통 더 돌리는 게 영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죠.”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현대자동차 ‘판매왕’ 왕관을 쓴 김기양 대전지점 영업이사(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판매 비결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21년 423대, 작년 392대를 판매했다. 하루에 한 대 이상 판 셈이다. 그가 입사한 1991년 10월 이후 판매한 차는 총 5765대다.
대전 유성 출신인 김 이사는 대전에서만 32년 근무했다. 지역 인맥이 도움이 될 법했지만, 그는 동창 모임 한 곳에만 주기적으로 나갈 뿐이다. 김 이사는 “술을 끊은 지 15년 이상 돼 술자리에서 쌓은 인맥은 없다”며 “숙취 없이 다음날 집중력 있게 근무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영업직과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판매 전략이다.
그가 내세운 무기는 성실성이다. 2021년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영업이 쉽지 않았다. 그동안 매뉴얼처럼 쌓아온 영업 공식이 깨진 것이다. 김 이사는 대신 하루에 200여 통의 전화를 돌렸다. 출고 대기 고객 380여 명 가운데 순번을 정해 현재 출고 대기가 어떻게 됐는지 설명하고 신차를 막 출고한 고객, 신규 고객과의 전화 상담을 빼먹지 않았다. 차량에 대한 소개 및 설명 글을 소비자가 보기 편하도록 워드 등 파일로 작업한 노력도 한몫했다.
고객에게 자필로 편지도 보냈다. 김 이사는 “일반 영업 사원들은 짜인 틀대로 단체 문자를 보내곤 하는데, 고객별 상황에 맞춘 편지를 작성한 게 계약 이탈률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가령, 포터를 주문한 고객에게 계약 배경과 상황에 맞춰 출고 지연에 대해 사과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그는 “차가 늦게 나온다고 퉁명스럽게 답하다가도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나를 소개해주는 것을 보고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의 성실함에 감동받은 한 고객은 대전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도 차를 사려는 지인들에게 김 이사를 연거푸 소개해줬다.
그가 판매왕에 이름을 올려보자고 결심한 것은 아내의 권유 때문이다. 기존엔 연 60~80대를 팔던 그에게 2010년 아내는 “이왕 영업직을 시작했으니 제대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이 한마디 말에 영업에 총력을 기울인 김 이사는 그해 120대를 팔아 ‘판매 달인’이 모이는 ‘톱 클래스’ 행사에 초대받았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다음엔 판매왕에 올라 단상에도 올라가 달라”고 독려했다. 이후 그는 12번 연속 현대차 영업직 가운데 판매량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김 이사에 이어 우수 판매자 ‘톱 10’에 오른 직원은 이정호 성동지점 영업부장(383대), 최진성 서대문중앙지점 영업이사(299대), 김주선 의정부지점 영업부장(299대), 정인철 공릉지점 영업부장(298대), 곽경록 수원서부지점 영업부장(297대), 윤철희 방배지점 영업부장(294대), 권길주 수원지점 영업부장(293대), 백종원 수완중부지점 영업부장(287대), 이양균 안중지점 영업이사(266대) 등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