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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미술관속 해부학자] 로댕 '생각하는 사람'의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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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조각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이나 성경 속 인물, 교황 등 권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조각상 중 하나인 ‘밀로의 비너스(BC 2세기~BC 1세기)’나 미켈란젤로의 ‘다비드(1501~1504)’ ‘피에타(1498~1499)’를 떠올려 보면 황금비율의 몸매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조각들이다.

이러한 조각에 비해 무엇인가 현실과 조금 다르면서 무게감을 주는 조각이 있다. 근대 조각의 창시자인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생각하는 사람’(사진)이다. 이 작품은 원래 프랑스 정부가 로댕에게 장식예술미술관의 출입문으로 제작을 의뢰한 ‘지옥의 문( Porte de l’Enfer)’이라는 작품의 일부다. 높이 7m에 무게가 8t인 거대한 ‘지옥의 문’은 단테(1265~1321)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지옥으로 가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 죽음을 표현했다. 로댕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을 문 위에 넣었는데, 1880년에 이를 별도로 떼어내어 크게 제작한 것이 바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작품 속의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턱을 오른팔에 괴고 상념에 빠져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서글픈 것 같아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기조차 힘들다. 인체 비례를 무시하듯 다소 부각된 오른팔의 팔꿈치가 왼쪽 허벅지 위에 놓여 있는데, 살짝 비틀어진 자세로 인해 조각상의 가슴 부위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이렇게 가슴이 시커멓게 타고 있는 걸까? 몸의 모든 근육에, 아니 근육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 힘을 주고 사색하고 있는 것 같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긴 채 앉아 있다. 모든 힘을 쏟아 사유하고 있다. 온몸이 머리가 됐고, 혈관에 흐르는 모든 피는 뇌가 됐다”고 했다.
자신만의 생각이 필요한 시점
하지만 해부학자의 눈에는 이 남자의 심리적 상태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고 터질 듯한 근육질의 팔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남자는 오른쪽 팔꿈치를 굽히고 있어 위팔 두갈래근(상완 이두근)이 수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조각상을 해부학적으로 보면, 이 근육의 실제 위치보다 더 위쪽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어깨세모근(삼각근)과 합쳐져 보이기도 한다. 어깨세모근은 양팔을 어깨 위로 올리는 작용을 하므로 조각상과 같은 자세에서 이 근육에 힘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해부학적으로 봐도 릴케의 표현처럼 이 남자는 단순히 팔꿈치를 굽히는 힘만 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근육에 힘을 쏟아 사유하고 있는 것 같다.

로댕 이전 조각품의 주인공은 인체 비율에 정확하게 맞춰진 멋진 복근으로 아름다움을 나타냈다. ‘라오콘군상’에서와 같은 고통을 표현한 작품에서도 조각가는 인체를 정확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로댕은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표현하기 위해 인체의 비율을 버리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르네상스 선구자인 조토가 회화를 신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상으로 끌어내렸다면, 로댕은 조각을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잡아당겼다고 한다. 우리는 항상 타인의 생각을 뒤쫓으려고만 한다. 계묘년 새해를 맞이해 자기 자신만의 생각을 온몸의 근육에 힘을 넣어 생각해보자.

이재호 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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