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엣지’에 스타트업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를 탑재한 새로운 버전을 공개했다. 검색시장의 최강자 구글과 경쟁을 본격화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대화형 AI의 사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캠퍼스에서 AI 챗봇을 장착한 검색엔진을 공개하며 "오늘은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 날"이라며 "AI는 검색을 시작으로 모든 소프트웨어 범주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검색엔진과 웹브라우저가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 수행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팅창으로 후속 검색 작업도
빙의 새로운 버전은 AI 챗봇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기술을 탑재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오픈AI의 GPT 3.5 언어 기술 중 일부를 빙에 적용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MS와 오픈AI의 협력에 대해 "기술 역사상 최고의 브로맨스"라고 비유했다.
이날 공개된 엣지를 열면 도구모음 오른쪽 상단에 빙이 뜬다. 여기에 사용자가 대화형 언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기존 방식의 검색 결과와 함께 채팅창을 통해 대화형으로 답이 제공된다. 검색 결과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요구하는 후속 질문을 넣으면 그에 맞는 결과를 찾아준다.
기업 재무제표처럼 복잡한 정보가 떠있는 웹페이지의 정보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경쟁업체와 비교도 가능하다. 답변에는 출처가 제공돼 사용자가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PT 3.5보다 강력하고 최신 정보와 주석이 달린 답변으로 검색 쿼리에 더 잘 응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빙과 엣지는 PC용 초기 버전이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사용을 기다려야 한다. 정식 버전은 향후 몇 주 안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빙의 모바일 버전의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AI 기반 채팅 기능을 엣지를 포함해 모든 브라우저로 확대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이후 최대 사건"
마이크로소프트는 AI기반 검색엔진을 한단계 도약을 위한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나델라 CEO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2007~2008년 클라우드 서비스가 처음 나온 이후 AI 기반 검색엔진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검색 사업에서 AI 기반 검색엔진은 회사에 큰 기회"라며 "미래 기회 측면에서 이만큼 흥분된 적이 없었다"며 향후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혁신에 대처했던 과거 경험을 예로 들며 AI 기반 검색엔진을 강력한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나델라 CEO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사업모델을 바꿀 수 있을 때 기술 혁신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에 매우 가혹한 일을 겪었다"며 "모바일로 전환과 클라우드 확산의 시기에 우리는 하나를 잡았고 하나를 놓쳤다"고 말했다.
모바일로 전환에 뒤처졌던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과 함께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나델라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을 맡아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CEO로 승진했다.
○"챗봇 만드는 소프트웨어도 공개"
오픈AI 기술의 사업화 방향도 이날 일부 윤곽이 드러났다. CNBC는 이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 기술을 활용해 자체 챗봇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른 고객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기업, 학교, 정부 등이 잠재적인 고객이다. 이들 고객이 새로운 챗봇을 개발하거나, 기존 챗봇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유용한 소프트웨어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콜센터 상담원이 고객과 서비스에 관련 대화를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대화를 생성, 제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한 사업자용 챗GPT 서비스를 장착한 챗봇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챗GPT의 AI 모델은 2021년 이전 정보만을 학습했기 때문에 이후 사건과 정보를 물으면 이전 정보에 기반한 답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문재인'이라는 답이 나오는 것과 같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1년 이후 정보도 업데이트한 챗봇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챗봇을 사용하는 고객이 과도한 요금을 지불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정보를 찾아내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챗GPT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적지 않은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 스스로 요금을 추산하고 상한을 정해두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