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이라는 말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윤핵관을 겨냥해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가 5일 전했다.
◆“윤핵관이란 말, 악의적 프레임”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주말 사이 안 의원의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 듣고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핵관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주변 참모들에게 휘둘리는 사람처럼 보이도록 한 ‘악의적 프레임’이라는 게 윤 대통령 판단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친윤계 핵심 인사들을 공격할 때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윤 대통령이 안 의원의 윤핵관 언급에 ‘비상식적’ ‘극히 무례’ 등과 같은 말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의원은 인터뷰에서 “사실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윤핵관에서 찾는다”며 “너무 심하고 무리하게 사람들을 쳐내고 자기들만의 아성을 구축하는 그런 모습을 국민이 제일 싫어한다”고 날을 세웠다. ‘윤핵관의 지휘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5일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페이스북을 통해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겨냥해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도 강조했다.
◆“대통령과 대표 후보 동격 아냐”
그러자 윤 대통령 참모들도 안 의원 비판에 가세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한 뒤 브리핑을 자청했다. 이 수석은 안 의원이 최근 잇단 인터뷰에서 ‘윤·안 연대(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연대)’를 앞세우는 것에 대해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이야기하냐”며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대통령실 참모를 향한 비판에 대해선 “일부 후보가 대통령실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계시겠나”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새 정부 출범 후 그동안 안 의원에 대해 쌓였던 윤 대통령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사석에서 안 의원에 대해 “(정부 출범 후) 나와 밥 한번 안 먹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내 생각을 잘 아느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천하람·황교안(가나다순) 등 6명의 당대표 후보가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 등 13명으로 좁혀졌다. ‘컷오프’로 불리는 예비경선은 오는 8~9일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