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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꼰대'도 때론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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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꼰대'도 때론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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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자주 알고리즘에 뜨는 소재가 있다. ‘꼰대’다. 꼰대는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의 기성세대’를 말한다. 최근에는 자신의 사고방식을 막무가내로 타인에게 강요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가리켜 ‘젊은 꼰대’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졌다. 필자는 꼰대와 젊은 꼰대의 중간에 걸쳐 있는 1990년생 밀레니얼 세대다. 한때 책 <90년생이 온다>가 인기 있었건만, 이제 1990년생도 꼰대 냄새를 풍길까봐 걱정하는 30대 중반이 됐다. 이 글을 쓰면서도 꼰대 소리를 들을까봐 움츠러드는 게 사실이다.

꼰대는 부정적인 단어다. 누구도 꼰대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고,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그 말을 듣게 될까봐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물론 비판받아 응당한 꼰대 행동도 많겠으나, 선한 의도의 행동까지도 사회성이 꽉 막힌 사람 취급받는 꼰대와 젊은 꼰대 양측도 나름의 억울한 속사정이 있진 않을까?

먼저 ‘라떼는’의 주인공, 꼰대의 입장을 살펴보자. 대표 상징은 회사 상사들이다. 그들은 경험 적은 후배에게 더 넓은 세상을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시행착오 경험을 공유한다. 혹은 퇴근 시간을 넘겨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선배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대개 자기 모습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전형적인 꼰대 예시로 활용되는 걸 발견했을 것이다. 회식 자리에서 옛날얘기만 하는 상사, 퇴근 시간 후에도 업무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상사…. 자신의 꼰대력을 인정한 채 요즘은 젊은 친구들 앞에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며 또래 친구들과 씁쓸한 위로를 주고받을 뿐이다. 그들의 선한 의도가 그저 꽉 막힌 늙은이로 해석되기에는 분명 억울한 점이 있다.

젊은 꼰대의 입장도 들여다보자.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젊은 꼰대의 특징은 당당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허세와 권위 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체에서 이타적인 배려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최근 만난 대학교수가 말하기를, 요즘은 누구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수업 출석을 하루라도 인정해주면 과거보다 다른 학생들의 불만이 더 쇄도한다고 한다. 누구는 사정이 없냐는 거다. 문제는 공정성이다. 가뜩이나 살기 팍팍한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을, 회식 자리 분위기를 띄운 동료가 단숨에 앞질러버릴 때, 도저히 공정성에 맞지 않는 거다. 내 정당성을 표현하며 겨우 나를 지켜낸 젊은 세대들의 행동까지 젊은 꼰대로 대신해서 해석하고 있진 않은가.

고로 비판 없이 ‘이 말 하면 꼰대’를 외치는 프레임 그 자체는 불편하다. 상대와의 관계 형성에서 가장 쉬운 자기방어는 바로 ‘저 사람을 꼰대’로 만드는 것이니까. 개인의 판단 이전에 이 사회부터가 필요 이상의 꼰대를 양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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