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3일 마무리되면서 친윤과 비윤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잦아들었던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논란도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가짜 윤심팔이를 하고 있다”는 친윤계의 대대적 공세에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심팔이 경쟁이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윤심 보태기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안철수, 정면 대결은 피했지만…
안 의원의 기자회견은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진짜 친윤 가리기’가 자신을 겨냥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안 의원의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영우 전 의원을 국민통합위원직에서 해촉했다. “대통령실이 ‘윤심이 안 의원에게 없다’는 것을 못 박았다”는 해석이 나왔다.친윤계의 공격에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던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등은 당내 활동을 접어야 했다. 안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 이전투구에 대해 (당원들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씀을 한다”며 “전당대회가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친분과 세력을 과시하는 경쟁이 아니라 정책과 비전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윤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한편 경쟁자인 김기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의 세몰이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 언론이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윤심은 안 의원이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하신 말씀이 아니지 않나”고 했다.
○‘윤심팔이’ 공세 이어간 친윤
친윤계는 안 의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의 한 명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앞장섰다. 이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경선판에 끌어들여서는 안 될 대통령의 의중까지 자신(안 의원)에게 있다며 당심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을 두고 ‘가짜 윤심팔이’라고 한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원들이 혼란스러워해서 사실을 알려드린 것일 뿐”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개인적인 불신과 불만을 갖게 된 안 의원의 행동을 나열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시절 24시간 잠적 △정권 초인 지난해 7~8월 정부 비판 △이태원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교체 요구 등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최근 사석에서 안 의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국정철학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윤심팔이 논란’과 관련해서도 참모들은 “윤심이 안 의원에게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거든다. 다만 대통령실의 당 대표 선거 개입 논란을 의식해 공개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천하람 출마, 변수 될까
친이준석계도 당 대표 선거에 후보를 내세웠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사진)이다. 천 위원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심팔이’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의 지지도와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이라며 “지금 주류, 친윤, 윤핵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박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룰 변경, 나 전 의원 불출마, 초선 연판장 등을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해를 끼치고 대통령을 작게 만드는, 결국 당과 대한민국 정치를 망치는 간신배들은 더는 국민의힘에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천 위원장의 출마는 일단 안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안 의원에 몰리던 비윤 성향 당원들의 지지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경목/좌동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