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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비즈니스 해상도'가 흐릿하면 그 스타트업은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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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해상도’는 낯선 용어가 아니다. 해상도란 화면에 표현된 사진이나 영상의 선명도를 의미한다. 해상도가 낮은 흐릿한 영상을 보면 왠지 답답하지만, 해상도가 높은 선명한 영상을 보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사진이나 영상만 그런 게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사람을 만나면 답답해지고, 명확하고 간결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을 만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해상도가 낮은 사람과 높은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어떻게 하면 해상도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최근 일본에서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는 책 <해상도를 높이다(解像度を上げる)>는 깊이, 넓이, 구조, 시간이라는 네 가지 관점에서 모호한 사고를 명확하게 전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캐나다 토론토대를 졸업하고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약한 후, 도쿄대 창업 추진본부 파운드엑스(FoundX)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우마다 다카아키는 수많은 스타트업의 창업 과정을 지원하면서 해상도가 개인과 기업의 성공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창업 지원자들의 해상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그가 프레젠테이션 파일 공유 사이트 ‘스피커덱’에 올렸던 자료는 18만 번 이상 조회되면서 ‘2021년 가장 많이 공유된 자료’로 꼽히기도 했다.


창업 지원을 위한 스타트업 상담을 하면서 저자는 설득력이 부족한 비즈니스 모델을 너무 많이 만났다고 전한다. 고객이나 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흐릿하거나, 사업 제안을 들으면서 계속 의문이 생기거나, 예시가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스토리에 통일성이 없고 논리적인 비약이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런 상황이 모두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발생한다. 반면 해상도가 높은 기업가의 사고와 행동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상도가 낮은 상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안개 속에서 화살을 쏘는 것과 같습니다.” 저자는 비즈니스란 화살을 쏘기 전에 안개를 걷어내고 과녁을 또렷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템 선별, 사업 설명, 투자 유치, 인재 채용, 시장 분석 등 비즈니스의 모든 단계에서 해상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해상도를 높이는 사고와 행동 패턴은 네 가지 관점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한다. 사건이나 현상의 원인과 이유, 진행 방향을 구체적으로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넓이’는 다양성을 의미한다. 생각의 스펙트럼을 넓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구조’와 ‘시간’ 역시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다. 구조란 깊이와 넓이의 관점에서 찾아낸 요소를 의미 있는 형태로 구분하고, 각 요소의 관계와 상대적인 중요성을 고려해 재배치하는 것이다. 시간은 점이 아니라 선과 면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점과 점의 인과관계, 사건의 진행 과정과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카메라의 초점이 맞지 않으면 피사체를 선명하게 담을 수 없고,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책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분명하고 선명하게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천리안과 같은 통찰력을 선사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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