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란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이 그만두기 힘들어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뜻한다. 더 나아가 유해한 데 그만두기 어려운 경우다. 흡연, 음주, 약물 남용, 스마트폰 사용과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음식 먹는 것을 그만두기 어려운 것도 중독이라 부를 수 있을까?
2010년 햄버거 오염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마이클 모스는 <음식 중독>을 통해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인공감미료가 장악한 현대의 식단이 약물처럼 중독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전한다. 그는 가공식품 업계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의 본능, 음식에 대한 기억, 법률상의 허점 등을 교묘하게 악용해 음식 중독을 만들어낸다고 고발한다.
저자는 먼저 중독의 생물학적 원인을 다루면서 음식이 술, 담배, 약물보다 훨씬 더 중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인간의 식욕은 위가 아니라 뇌가 자극한다. 인간의 뇌에는 강박적 행동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있다. 음식을 섭취하며 얻는 즐거움에 대한 반응으로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것. 특히 기대한 즐거움보다 더 큰 즐거움을 얻을 때 도파민은 더 많이 분비된다. 인간은 뇌를 자극하는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더 갈망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공식품업계가 이를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이용해왔다고 주장한다. 패스트푸드는 단순히 빨리 제조되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중독의 세기를 측정할 때 가장 빠르게 자극하는 가공식품이라는 것이다. 담배 연기가 뇌를 자극하는 데 10초가 걸리는 데 비해 혀 속에 들어온 설탕은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또 음식에 관해 생성된 기억은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보다 강력하고 오래 지속된다. 어릴 때 형성된 식습관은 평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식품업체들이 영화나 TV를 통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식품업계를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은 다소 편향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식습관의 주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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