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온난화 억제 목표가 10년 안에 좌절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구 기온이 이르면 2033년 안에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5도 높아질 것이란 인공지능(AI) 분석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와 콜로라도 주립대 공동연구팀은 AI를 이용해 지구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AI는 지구 기온이 2033~2035년 중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높아질 확률을 50%로 추정했다. 이 확률이 84%를 넘기는 시점은 2040~2041년으로 나왔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도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국제 사회가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합의한 목표치다. 이 온도 상승폭을 넘어서 지구 기온이 오른다는 것은 기후 변화에 맞선 인류의 대응이 그간 미온적이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지구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아진 상태다.
이번 연구에서 활용된 AI는 1980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후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AI는 2022년 온도 상승폭인 1.1도뿐 아니라 최근 수십년간 관찰됐던 지구 온난화 추이도 정확히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온도 상승폭이 2도에 도달하는 시점에 대한 예측도 나왔다. AI 추정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에도 현재처럼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경우엔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오를 확률이 2050년 50%, 2058년 84%로 집계됐다. 탄소 배출 절감에 성공하는 경우엔 2054년 50%, 2065년 84% 확률로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가디언은 “(1.5도와 비교하면) 0.5도 차이는 별 것 아닌 걸로 볼 수 있지만 그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북극에서 얼음이 없는 여름 일수를 10배 늘리고 식물 서식지와 곤충 서식지의 손실 범위를 각각 2배, 3배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의 1.5도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기후 과학자인 노아 디펜버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탄소 배출 ‘넷제로’ 협약은 주로 1.5도 목표 달성을 위주로 이뤄졌지만 이번 결과는 이제 2도 상승을 피하기 위한 약속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업이 실망을 주기보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기후 시스템을 안정화하려면 ‘넷제로’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