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대다수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는 찬성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분위기다. 이런 현상은 외신의 분석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0~25일 국민 166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8%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희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응답자의 53.4%는 시설에 따른 단계별 해제를, 21.4%는 전면 해제를 각각 원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24.8%에 불과했다.
국민 4명 중 3명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희망한 셈이지만, 좀처럼 마스크를 벗은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는 직장인 서모(34)씨는 "아직은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쓰는 것 같다"며 "얼굴이 가려지는 것도 좋고, 호흡기 건강에도 안 쓴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아직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초·중·고 학생 1만5347명, 교직원 1만5467명, 학부모 5만2674명 등 8만348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사항으로 전환될 경우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 학생의 55.3%, 교직원 49.1%, 학부모 65.4%가 "가급적이면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답했다.
마스크를 벗으라고 해도 벗지 않는 한국인은 외신의 분석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과 일본의 예를 들면서 마스크를 쓰면 따르는 여러 불편함에도 아시아 국가들의 많은 시민은 당분간 마스크 착용을 중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일(현지시간) NYT는 마스크 착용이 습관이 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과 보건 당국이 여전히 착용을 권유한다는 점, 마스크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로 여겨진다는 점, 미세먼지 등 공해에 대한 마스크의 보호 효과 등을 근거로 들어 이같이 내다봤다.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코로나19 전부터 마스크 착용이 습관화됐다는 게 NYT가 분석한 아시아 국민들이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다.
또 NYT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마스크를 쓰면 화장하거나 미소 등 표정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편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대중교통과 의료기관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 사항이다. 한국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엄격하게 요구하지는 않지만, 착용을 계속 권장한다는 점도 마스크를 계속 쓰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게 다른 사람의 안녕을 배려하는 좋은 에티켓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문화연구자 김상민씨는 "마스크는 얼굴의 아름다움을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을 덜어준다"며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약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 얼굴이 가려지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또 "한국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을 무례하다고 여길 수 있다"며 "한국인들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부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