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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팔아라" 외국계 리포트 나왔다…그럼 삼성전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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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SK하이닉스에 사실상 매도 의견을 냈다. 목표주가로 52주 최저가보다도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설비투자 축소에 따른 하반기 업황 개선을 전망하며 ‘저가 매수’를 추천한 국내 증권사들의 분석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BofA는 1일(현지시간) 발간한 ‘긍정적 촉매재를 보기 어렵다(Hard to see good catalyst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와 목표주가 7만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전날 종가(9만1400원)보다도 23.4% 낮은 수준이다. BofA가 직전에 제시했던 목표주가(7만5000원)보다도 6.7% 하향 조정했다.

통상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추정할 때 이익이나 장부가치를 활용한다.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을 곱하거나, 주당순자산가치(BPS)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곱해 목표주가를 산출한다. 메모리 반도체처럼 경기 사이클을 많이 타는 업종은 장부가치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BofA는 2023~2024년 예상 평균 BPS에 PBR 0.8배를 곱해 목표주가 7만원을 계산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5개년 평균 PBR 저점(0.9배)보다도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적용했다. BofA는 “2016년 메모리 반도체 다운 사이클 시기의 밸류에이션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올 상반기 영업적자와 낸드 사업부 리스크를 고려할 때 과거 평균 PBR보다 할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BofA가 꼽은 SK하이닉스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예상보다 큰 손실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에 1조701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40.5% 밑돌았다. SK하이닉스의 장부가치(북밸류)는 작년 3분기 69조원에서 4분기 64조원으로 5조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BofA는 “D램과 낸드 모두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3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재고자산 평가 손실과 일본 키옥시아 투자 손실 등의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문제는 반도체 사이클 반등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점이다. BofA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D램과 낸드 ASP가 6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올 하반기 ASP는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대 후반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BofA는 SK하이닉스의 내년 EPS 추정치를 기존 4340원에서 1585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 추정치 평균(5561원)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높은 부채 수준과 삼성전자와의 경쟁 등도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SK하이닉스의 작년 3분기 순차입금은 16조7340억원이다. 이자율 5%를 가정할 경우 이자 비용으로만 연 84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증권사는 “감산에 대한 삼성전자의 미온적인 태도도 SK하이닉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BofA는 삼성전자에 대해선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목표주가를 기존 6만5000원에서 7만원으로 상향했다. 투자 의견은 ‘중립(Neutral)’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설비투자에 힘입어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의 점유율을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BofA는 “올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는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2조5000억원, 2조6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주가 상승 여력이 15% 정도로 매수 의견을 내기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2.19% 오른 9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도 2.75% 강세를 보였다. 전날 비둘기파적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5.19%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달러 약세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세도 반도체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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