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올해 들어 낙폭을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 기준 '강남 3구' 중 노른자 지역인 강남구와 서초구 집값은 시장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시작된 하락 거래가 뒤늦게 강남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30일) 기준 서울 집값은 0.32% 하락해 전주(-0.35%)보다 낙폭을 더 줄였다. 올해 들어 5주 연속 낙폭이 줄어들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3개 자치구가 낙폭을 줄이거나 전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성북구(-0.16%) △양천구(-0.17%) △중랑구(-0.19%) △송파구(-0.19%) 등이 0.1%대 낙폭을 보였고 △강북구(-0.2%) △마포구(-0.2%) △성동구(-0.21%) 등은 0.2%대로 낙폭을 줄였다.
서울 대부분 지역 집값이 하락세를 줄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집값 바로미터인 강남 3구, 특히 서초구와 강남구는 낙폭을 확대했다. 강남구는 이번 주 0.18% 내려 전주(-0.11%)보다 0.07%포인트 더 내렸고 서초구도 0.15% 하락해 전주(-0.06%)보다 더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는 지난달 13일 23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 27억8000만원(9월)보다 4억3000만원 하락했다. 작년 신고가 31억5000만원보다 8억원 급락한 수준이다.
대치동에 있는 '은마' 전용 84㎡도 지난달 19일 21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 23억1000만원(12월)보다 1억6000만원 내렸고, 작년 신고가 27억원보다는 5억5000만원 급락했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1일 30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들어 첫 거래다. 지난해에 유일하게 거래된 38억원보다 8억원 급락했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40㎡도 지난달 3일 5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마지막 거래이자 신고가인 67억원보다 12억5000만원 내렸다.
전국적으로 시작된 집값 하락 도미노가 '철옹성' 강남지역까지 영향을 주고 있단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지역은 오를 때는 가장 먼저 오르고 내릴 때는 가장 늦게 내리는 지역으로 그간 시장을 흔들었던 하락 위험이 강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이 해제되면 강남지역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셋값 역시 서울 전역이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전셋값은 0.96% 하락해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내렸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이 낙폭을 줄여나가는 가운데 강남구 전셋값은 낙폭을 확대했다. 강남구 전셋값은 1.34% 내려 전주(-1.03%)보다 낙폭이 커졌다.
공급 폭탄이 겹치면서다.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오는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는데, 이를 앞두고 1323건의 전세 물건이 시장에 쏟아졌다. 이 단지 전용 59㎡는 최저 호가가 6억5000만원, 전용 84㎡도 9억3000만원까지 내렸다. 전용 59㎡는 한때 13억원, 전용 84㎡는 16억원까지 호가가 치솟았던 물건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낙폭이 큰 하락거래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며 "일부 지역엔 입주 물량 영향으로 물건이 쌓이면서 전셋값이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