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내다보고 과감하게 선제 투자하는 기업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윤석열 대통령)
“증설 투자가 끝나면 (글로벌 웨이퍼업계) 2등으로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북 구미 3공단 SK실트론 생산공장에서 열린 ‘반도체 웨이퍼 증설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SK실트론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2년간 1조2360억원을 투자해 웨이퍼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착공한 웨이퍼 신공장에 들어갈 반도체 제조 설비를 구입·설치하기 위한 투자다. 공장 건설 비용 등을 포함한 총투자는 2조3000억원에 육박한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얇고 동그란 실리콘 소재의 원판으로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다.
윤 대통령은 협약식에서 “반도체산업은 한국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하지만 한국 반도체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국들이 수출 규제, 보조금, 세액공제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한국 반도체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증설 투자는 총 2조3000억원 규모로 구미 지역 내 최대 프로젝트”라며 “6년 전 SK실트론은 글로벌 웨이퍼 제조업체 다섯 곳 중 5등을 하고 있었지만 이 투자가 끝나면 2등으로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7년 8월 LG그룹과 채권단 등으로부터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지난 5년간 2조7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직·간접 고용효과는 2만5000명이고 세금을 낸 것은 3600억원대”라며 “올해는 아마 더 많은 세금을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제조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한국을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이후 두 번째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SK실트론의 미국 자회사인 SK실트론CSS 공장을 찾아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현지 투자를 격려한 것도 이날 방문의 계기가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최 회장,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등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면서 업계 현안과 애로 사항 등을 파악했다. SK실리콘이 생산한 웨이퍼로 만든 방명록엔 ‘윤석열’ 이름 석 자를 적었다. 윤 대통령은 SK실트론 공장에 있는 ‘초순수 국산화 실증플랜트’ 현장도 찾았다. 초순수는 물속 기체와 무기질 등을 제거해 만든 정제된 물이다. 반도체 세정 과정에 다양하게 활용되는 핵심 소재지만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동행한 정부 및 기업 관계자에게 “국가 간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글로벌 공급망도 블록화되고 있어 우리 반도체산업의 핵심인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가 시급하다”며 “국산 초순수 기술로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또 “반도체산업 도약을 위해 직접 뛰겠다. 기술 분야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