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미분양 주택 급증에 정부의 개입을 요청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재차 강조했다.
1일 원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분양 주택은 소비자들이 ‘그 가격으로는 사지 않겠다’는 주택"이라며 "미분양 중에도 분양가를 낮추니 바로 판매된 사례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싸서 소비자들이 사지 않는 주택을 정부가 세금으로, 그것도 건설사가 원하는 가격으로 살 수는 없다"며 "미분양 주택 문제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미분양 주택 매입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전날인 31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간담회를 열고 정부에 공공매입임대주택으로 미분양 주택을 우선 매입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환매조건부 매입을 다시 시행해달라고 건의한 데 대한 답변으로 풀이된다.
전날 간담회에서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건설사들이 과도한 이익을 보려는 것이 아니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어려운 상황이 오면 버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전월보다 17.4%(1만80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 가구씩 늘어나며 원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한 6만2000가구도 넘어섰다.
건설업계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원 장관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악성이고, 일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위기로 볼 필요는 없다"며 "현재 특정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1일 국토교통부·협회·공공기관 합동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간담회에서도 원 장관은 "둔촌주공의 청약경쟁률이 기대보다 낮았던 반면, 인근에 보다 낮은 분양가를 제시한 단지는 모두 판매됐다"며 "건설사 스스로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살아남겠다는 자구책도 없이 미분양을 사달라니 어불성설이다. 국민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