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공항 면세점 사업자 간 임대료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여객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임대료 감면 혜택을 인천공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는 것이 신세계·그랜드 면세점 등 면세 사업자의 항변이다. 업체들은 민사 소송 등 법정 공방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면세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과 그랜드면세점은 이날 인국공에 임대료 감면 혜택을 연장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받기로 한다’는 약속을 인국공이 어겼다는 게 면세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작년 말 출국자 수는 174만1098명으로 2019년 말 대비 56.5% 수준이다.
인국공 측은 감면 혜택 연장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국공 관계자는 “여객 수요 80% 회복 시 혜택을 종료하기로 한 조항은 임대료 감면 기간이 끝나기 전 수요가 회복될 경우를 전제로 한 조기 종료 조건”이라며 “적자가 누적되는 마당에 공항면세점에만 혜택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국공은 2020년 4268억원, 2021년 754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501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제2여객터미널 확장 등 4단계 건설사업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부채 비율이 지난해 92%(6조6997억원)에서 올해 112%(7조9845억원)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면 혜택 일몰이 확정되면 신세계면세점은 계약 잔존 기간인 올 8월까지 매달 22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월매출이 평균 23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누적 적자가 4000억원 규모”라며 “미래를 위한 투자가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중소 사업자인 그랜드면세점도 월평균 매출 6억원에 고정 임대료로만 매달 8억원을 내야 한다.
일각에선 인국공이 적자 탈피를 위해 상업 시설에서 수익을 올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올 7월부터 10년간 운영할 공항 면세 사업자 선정에 중국의 CDFG가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자칫 면세 사업자들의 과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