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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의구심은 왜 커졌을까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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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의 MCN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기도 했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오히려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의구심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요. 크리에이터 플랫폼 젤리크루를 운영하는 핸드허그의 박준홍 대표가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앞에 놓인 두 갈래 길'이란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한경 긱스(Geeks)에 전해왔습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저는 매일 아침 유튜브 콘텐츠를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출근길에 나섭니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때는 제 마음을 더 잘 표현할 만한 이모티콘을 골라 텍스트와 함께 보내고요. 핸드폰 배경화면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제 최애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설정해두었습니다. 데스크에는 젤리크루에서 구매한 크리에이터 캐릭터 제품을 주로 쓰고 있고, 집에서도 젤리크루에서 구매한 일러스트레이터의 포스터를 걸어두었습니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기 위해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를 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넣어두곤 합니다.

우리가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중에 크리에이터라는 낯선 직업이 상위 10위 안에 들어왔다는 뉴스가 보도되기 시작하더니, 그 이후로는 항상 상위권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운동선수와 교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2019년부터 30%에 육박하는 어린이들이 장래희망을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이야기한다고 하고요.

10대, 20대부터 빠르게 적응하고 받아들이던 모바일 기반의 콘텐츠, 소위 ‘뉴미디어 콘텐츠’는 이제 어린이들과 청년 세대 뿐 아니라, 모든 세대들의 일상에서 상당한 시간을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크리에이터’하면 떠오르던 유튜브 외에도 네이버와 카카오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뉴스들을 소비하고 있고, 새롭게 생겨나는 많은 플랫폼에서도 창작자들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콘텐츠와 관련한 상품에 지갑을 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불과 몇 년 만에 크리에이터들이 중심이 되는 시장 생태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성장하는데
코로나 19가 일상을 잠식했던 지난 3년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더욱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나기 곤란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뉴미디어 콘텐츠를 훨씬 더 많이 소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링크트리 등의 시장조사기관들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21년 약 132조원(1042억달러)이라는 수치를 내놓았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 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초개인화된 알고리즘의 추천에 힘입어 상시 소비하고 있습니다. 매스 미디어의 시대는 가고, 뉴미디어의 시대가 왔다는 의미입니다. 뉴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집단, ‘크리에이터’의 수가 얼마나 늘지, 그리고 이 시장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뉴미디어 채널에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과 그 빈도가 안정화될 때, 시장의 규모가 명확하게 추산되고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게 될 것입니다. 다만 어도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억 6500만 명 이상이, 국내에서만도 1100만 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탄생했다고 하니, 아직은 시장의 성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이 오기까지 개척되지 않은 영역이 꽤 커 보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성장에 따라,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다양한 접근으로 시장에 도전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서비스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하나의 미디어로 인식하고 광고를 통한 수익을 만들었고, 유튜브는 광고를 통해 확보된 수익을 크리에이터와 나누면서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을 유치했습니다. 미국의 Patreon 같은 서비스는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후원 모델을 제시해 2020년 유니콘이 되었고, 발표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에서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 내에서만 스무 개 가까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돕고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서비스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변화하고, 이를 트렌드로 인식하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기업들이 자본과 리소스를 통해 성장한다면,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그들의 콘텐츠는 양과 질적인 측면 모두에서 고도화 될 것입니다. 이미 우리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지만, 앞으로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미디어와 콘텐츠, 사람들의 생활과 미래를 바꾸게 될 것입니다.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은 왜 의심받을까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2022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관련 스타트업(이하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벤처 전문 미디어 The information에 따르면 2022년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21년 대비 50% 수준으로 1년 만에 절반이 감소했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투자 시장의 경색이 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33% 정도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투자자들에게 고민할 지점을 남겨두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관련 기업인 MCN 스타트업 '샌드박스 네트워크'가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상당수 임직원을 감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본질이 ‘크리에이터’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의 제작은 전적으로 ‘크리에이터’에게 의존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과 분업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와 음원, 드라마와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의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만들어집니다. 크리에이터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대체가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통해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가치도 크리에이터에게 귀속됩니다.

많은 크리에이터 스타트업들은 이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것,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것에서 부가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플랫폼을 통해 직접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이 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크리에이터와 고객들 사이에는 다양한 노드(node)가 위치할 이유가 없습니다. 크리에이터와 유저들,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팬들 사이에 별도의 서비스를 끼워넣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을 키울 뿐입니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만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우리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부가적인 시장이 아닌, 다시 ‘크리에이터’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체인 크리에이터라는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생태계에서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이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크리에이터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불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비효율을 감수하고서라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제시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10년 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저희는 '젤리크루'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젤리크루는 그래픽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의 캐릭터, 일러스트, 사진 등을 담은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젤리크루는 2021년에만 크리에이터의 그래픽을 활용해 91만개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고, 그 수익을 크리에이터 분들과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크리에이터 분들이 대중들을 만나고 성장할 수 있는 파이프 라인을 제공하는 것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크리에이터들이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크리에이터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강력한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3년 새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새해 인사를 나눌 때에도 이모티콘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일러스트 크리에이터들이 그린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새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아주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통해 앞으로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얼마나 성장하고, 다음 세대들이 어떠한 콘텐츠를 어떤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소비하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동영상 크리에이터가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되리라고 10년 전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는 어떤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가 궁금해집니다.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전남 과학고등학교 졸업 후 연세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했다. '기업인이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과 확신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전 글로벌 1등 기업에서 배우고 싶어 2013년부터 2년여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2015년 크리에이터 커머스 기업 핸드허그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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