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도 높게 뛰었는데 정책자금 집행이 그동안 너무 경직됐죠. 이걸 유연하게 풀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양천구 집무실에서 만난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고금리 탓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걱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기업 대출금리는 연 6~7%대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충격을 못 버틴 기업들이 연쇄 붕괴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중진공은 발 빠르게 예방 작업에 나섰다. 정책자금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이차(利差)보전과 대환대출 사업을 새로 시작해 중소기업 구원투수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차보전은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민간은행 대출금의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정책이다. 대환대출은 중진공에서 대출받아 연 7% 이상 고금리인 제2금융권 대출금을 갚도록 한 제도다. 중진공은 올해 이차보전 사업으로 약 8000억원을 중소기업에 대출할 계획이다. 대환대출 사업엔 1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런 조치는 김 이사장이 2020년 취임 후 120여 곳의 현장을 누비며 개별 기업의 다양한 요구를 제도화한 결과다. 김 이사장은 “예전에는 대환대출이 정책금융 지원 영역이 아니었는데 중소기업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새롭게 도입했다”며 “공공기관이면서 금융기관인 중진공의 문턱을 더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산업분야에 정책자금을 중점 지원하고 정책자금의 투자 기능을 강화해 초격차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기존 산업의 미래 산업 전환도 더 속도를 내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중진공은 기존 선착순이던 정책자금 접수 방식을 개편했다. 일정 기간 내 모든 기업이 신청하면 정책 우선도 평가를 하고, 기술 사업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뒤 선별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성장성·사업성이 있는 곳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김 이사장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부 정책 목적성에 맞는 사업을 하는 곳을 걸러내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저변 확대도 적극 도울 계획이다. 해외 17개국의 20개소 수출 인큐베이터를 ‘글로벌비즈니스센터’로 확대 개편한다. 김 이사장은 “기존 인큐베이터가 수출 희망 기업의 현지 사무소 역할을 했다면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수출 기업을 더 적극적으로 돕는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유럽,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중소기업 디지털전환(DX) 사업도 확대한다. 중진공은 ‘제조현장스마트화’ 사업에 지난해보다 150억원 늘어난 6150억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한다. 김 이사장은 “전국 5개 지역 연수원에 스마트공장 배움터를 만들어서 공장을 바꾸는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팔로어(추격자)’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되겠다는 중진공의 청사진도 재확인했다. 그는 “경영 환경 어려움이 예상되면 퍼스트 무버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의 미래 성장 경로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