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못지 않게 최고위원 다섯 자리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고위원에 선출돼 당 지도부 일원이 되면 정치적 입지와 인지도를 쌓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가 10여명이 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여권에선 친윤계 최고위원이 얼마나 당선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원내 의원은 총 4명이다. 박성중 이만희 태영호 의원을 비롯해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하는 지성호 의원 등이다. 원외에서는 김재원 전 최고위원, 정미경 전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김용태 전 최고위원 등이 출마 의지를 밝혔다. 재선 박성중 의원은 30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의 폭주 기관차를 멈추기 위해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강한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 최고위원을 누가 차지할지도 관심사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4명 중 1명은 여성 몫이다. 현재까지는 정미경 전 최고위원만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당안팎에선 조수진 허은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이중 전북 익산 출신인 조 의원은 호남 확장성을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2021년 전당대회에서 조 의원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수석 최고위원이 됐는데, 이는 호남 표를 다 끌어 모은 덕분”이라며 “우리당은 영남권 당원 비율이 가장 높지만, 호남 당원 표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 의원과 정 전 최고위원은 비윤계 후보로 분류된다.
한 자리 뿐인 만 45세 미만 청년최고위원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하다. 친윤계에선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출사표를 던진데 이어 이종배 서울시의원, 최주호 전 국민의힘 부산시당 청년위원장, 장제원 의원실 보좌관을 지낸 김영호 변호사 등이 출마 의지를 밝혔다. 비례대표인 지성호 의원도 청년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냈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한 것은 무엇보다 최고위원직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함께 당 지도부로 활동하게 된다. 한 초선의원은 “당 지도부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쉽게 할 수 없는 정치적 경험”이라며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 전국적 인지도 쌓기 가장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했다.
후보가 난립하는 만큼 지역과 계파 별로 교통정리도 진행되는 분위기다. 친윤계 영남권에선 재선 이만희 의원이 31일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한때 하마평에 올랐던 박수영 송언석 유상범 정희용 의원 등은 출마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장예찬 이사장 등이 친윤계 후보로 분류된다. 이날 출마 선언을 한 박성중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출마 의사를 미리 밝혔다며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최고위원 선출 결과는 향후 당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정된 당헌에 따르면 선출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사퇴·궐위 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 구성된 최고위원 성격에 따라 언제든 당대표를 몰아 내고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친윤계에선 최소 4명의 최고위원 선출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