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최모씨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한 대부중개 커뮤니티에 대출을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 글을 보고 "등록된 대부업체"라며 연락해온 한 업체로부터 한 달 뒤 147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105만원을 빌렸다. 한 달 만에 이자 40%를 붙이는 조건이었다.
1년으로 환산하면 연 이자율이 486%를 넘는 초고금리 불법 사채였지만 급전이 필요했던 최씨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렸다. 최씨는 처음 한 번은 상환에 성공했지만 그 다음 같은 조건으로 빌린 돈은 갚지 못했다. 업체는 매달 '연장비' 명목으로 45만원을 요구했고 결국 원금보다 몇 배로 불어난 이자도 다 갚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최씨는 "최선을 다해 갚아도 이자가 늘어나는 현실은 죽어야만 끝날 것 같다"며 대부금융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해 불법 사채의 평균 이자율이 연 41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연 229%보다도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대부업체 문턱도 넘기 어려워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이 늘어나면서 불법 사채 금리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30일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사법기관과 피해자로부터 의뢰받은 불법 사채 거래 내역 총 6712건을 분석한 결과 연 환산 평균 금리가 연 414%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피해자가 직접 의뢰한 625건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506%에 달했다.
조사 결과 불법 사채 피해자의 평균 대출 금액은 382만원, 평균 거래 기간은 31일이었다. 유형별로는 급전 신용대출이 전체의 97.9%(6574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매일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 하는 일수대출(112건), 담보대출(26건) 순이었다.
협회가 의뢰받은 불법 사채 건수와 연 평균 이자율은 모두 1년 전보다 크게 치솟았다. 2021년 협회로 들어온 불법 사채 민원 건수는 2933건, 평균 이자율은 연 229%였다. 연 이자율이 법정최고금리인 20%를 넘는 대출은 모두 불법이다.
합법 대출을 해주는 등록 대부업체가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대출 영업을 대폭 줄이면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 저신용 서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전년 말보다 9.2%(9만8317명) 줄었다.
대부협회는 불법 사채 피해자가 협회에 채무 조정을 신청하면 사채업자와 직접 접촉해 법정금리 이내로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협회가 채무 조정을 중재한 사례는 모두 113건, 대출액으로는 모두 2억9429만원 규모였다.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넘겨서 갚은 대출 17건에 대해서는 초과 이자 1228만원을 채무자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임승보 대부협회장은 “최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및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대부업권의 저신용자 대출이 급감하고 있어 취약계층의 불법사채 피해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서민금융 활성화와 불법사채 피해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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