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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기업 250조 버는데…韓 정유사 고작 5조 왜?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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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9년 출범한 미국 2위 석유기업 셰브론. 이 회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전세계 알짜 유전을 대거 쥐고 있다. 땅만 파면 기름이 흘러나오는 유전을 굴리는 이 회사는 국제유가가 뜀박질하면서 작년에만 40조원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셰브론은 엑슨모빌 셸, BP, 토탈, 코노코필립스, 에니와 함께 전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무르는 에너지기업인 이른바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멤버로 꼽힌다. 이들은 작년에만 2000억달러(약 250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유전·광구 없는 한국 정유사는 비싸게 원유를 들여와 기름을 만들어 판매하는 탓에 수익률이 낮다. 미국·영국 에너지 기업의 원유 판매수익을 일부 회수하는 횡재세(windfall tax·초과이윤세)를 한국 정유업체에 부과하는 것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란 비판이 나온다.

30일 셰브론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2462억5000만달러(약 302조8900억원), 순이익 354억6500만달러(약 43조6200억원)를 거뒀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14.4%를 기록했다. 셰브론을 비롯한 세븐시스터즈는 지난해 2000억달러대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한국 정유사의 순이익은 다 합쳐도 5조원 안팎에 머무른다. 순이익은 물론 이익률도 세븐시스터즈와 비교도 못 할 만큼 낮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 추정치는 각각 79조7978억원, 2조8583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률은 3.6% 수준이다. 이 회사 순이익은 셰브론과 비교해 14분의 1 수준이다. 이익률은 4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정유사들의 수익구조가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비교해 취약한 것은 유전·광구 없는 탓이다. 셰브론의 작년 석유 시추 등 자원개발(다운스트림) 사업 순이익은 302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회사 전체 순이익의 85.4%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알짜 유전이 거의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일부 유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기서 나오는 순이익은 2021년 기준 132억원에 불과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한국 정유사들은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끓여서 만든 석유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정제마진(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수익)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다. 국제유가가 뛰면서 실적이 큰 폭 오른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는 사업구조가 완전 다르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적이 불어난 셰브론 등 에너지 업체에 세금을 매기는 횡재세를 추징 중이다. 한국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중심으로 한국 정유업체에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전을 굴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표적으로 하는 횡재세를 한국 정유사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난방비 폭탄의 책임을 기업의 돌려 성난 민심을 무마하는 한편 물가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살포하려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되레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당하다. 정유업체의 투자심리를 꺾어 되레 기름값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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