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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없애버리겠다"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보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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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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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비트코인 DCA(적립식 매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완 비트코인’이 2023년 주목할만한 비트코인 트렌드 10개를 선정했다. 유명 인플루언서 ‘나탈리 브루넬’의 나레이션이 들어간 멋진 영상으로 소개된 10개의 주요 트렌드 중에는 아르헨티나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비트코인 물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오늘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아르헨티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월드컵 우승이다. 지난해 12월 성황리에 종료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님은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무려 36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에 쏟아져 나와 자국 대표팀의 역대 세번째 월드컵 우승을 즐기는 국민들의 얼굴에는 어려운 현실에 한줄기 희망을 준 축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과 고마움이 느껴졌다.

아디다스에서 아르헨티나의 3회 월드컵 우승을 기념해 출시한 별 세 개가 박힌 ‘3성 유니폼’ 3000벌이 5시간 만에 품절되었다고 하지만, 사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지난 한 해 물가가 전년 대비 98.4%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32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공정한 가격'으로 불리는 물가 안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기본 생필품 1823여개의 생필품 가격을 오는 2월28일까지 동결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40%에 달한다. 대도시에선 지난 몇 년 사이 노숙자와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시민들이 시장에 가는 대신 쓰던 물건을 거리로 가지고 나와 물물교환하는 일도 흔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
올해 10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치러진다. 국민들에게는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이벤트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명이 비트코인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사실이다. 바로 부에노스아이레스 하원의원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Gerardo Milei)’다.

더벅머리와 긴 구레나룻이 특징인 밀레이는 원래 경제학자 출신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기후변화가 허구라고 주장하여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등과 비슷한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모든걸 맡겨야 한다고 설파하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지지자다. 공식석상에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월급과 재산을 몰래 훔쳐가는 케인즈 경제학과 집단주의 사상을 뿌리뽑아 버리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한다.

그동안 아르헨티나에서는 1940년대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에게서 시작돼 오랫동안 주류 정치 이념으로 자리매김한 페론주의가 득세했다. 페론주의의 골자는 대중 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이다. '외국 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자 수입 증대'를 강조했다. 그동안 아르헨티나 정부는 '경제 독립'을 내세워 철도, 전화, 가스, 전기, 항공사 등을 국유화하고 적극적으로 현금을 살포해 한 해에 많게는 20%씩 노동자 임금을 올리기도 했다.

수십년간 이어진 포퓰리즘 정책의 성적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급증한 빈곤률이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아르헨티나 빈곤율은 42%다. 2019년 하반기 35.5%에서 1년 새 6.5%포인트가 늘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한 달 소득이 기본 생필품과 서비스를 사는 데 필요한 5만4207페소(약 66만7천원) 미만일 경우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전체 4인 가구의 거의 절반 수준이 한달에 66만원도 벌지 못할 정도면 민생경제가 완전히 파탄났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대안이다
밀레이는 현 정부와 직전 보수정권을 두루 비판하며 반(反)기득권 이미지를 구축하여 인기를 얻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들어도 자랑스러워 했을만한 답변을 했다.

“중앙은행은 사기(Scam)입니다. 그것은 단지 정치인들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속여 부를 갈취하는데 이용되는 도구일 뿐입니다. 돈은 정부의 소유물이 아니라 원래 민간의 발명품입니다. 비트코인은 돈이 다시 제 주인을 찾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정부가 법정화폐를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위해 계속해서 대중 영합적인 정책을 어필할 것이기 때문에 돈 찍어내기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을 찍어낸 만큼 채무가 늘어난 정부 입장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이 이자부담을 줄이는데 훨씬 유리하다. 물론 그럴수록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워 지겠지만 그럴때마다 더 많은 현금을 살포하여 민심을 달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이어나갔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중앙은행이 벌이는 사기 행각에 대한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돈을 민간에게 다시 돌려주면 경제의 고인플레이션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르헨티나에서 중앙은행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을 제안한다.”

대선후보의 발언 치고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 98.4%의 인플레이션 역시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가 정말 중앙은행을 없앤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지금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한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이 선택한 무기가 비트코인이라는 점에 관심을 기울일 만 하다.

아르헨티나 부켈레 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22년 10월에 ‘아메리카일렉츠’에 의해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밀레이는 24%의 지지율과 함께 그가 이끄는 ‘자유전진’을 포함한 자유주의 정당 연합을 이끌게 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된 상태다. 특히 해당 설문조사가 밀레이의 최대 경쟁자였던 현 아르헨티나 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가 후보 사퇴를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것이라 밀레이의 실제 인기는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지난 12월 부정부패 혐의로 법원에서 6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부통령 퇴임 이후 모든 정치적 활동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자유주의 정당 연합이 아직 공식적으로 누구를 대선 후보로 내세울지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라 아직 밀레이가 정말 대선 후보로 출마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어쨌든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에 이어 남미에서 또 한명의 비트코이너(Bitcoiner) 대통령이 탄생할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되겠다.

중앙은행과의 싸움에서 비트코인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통화 정책을 지녔고, 무슨 일이 생겨도 10분에 한번씩 블록이 쌓이며 블록 생성자에게는 6.25 BTC 가 주어진다 (현재 반감기 기준). 하이퍼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부익부 빈익빈만 심화되는 반면, 비트코인이 쓰이는 경제에서는 특혜를 보는 계층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더욱 열심히 생산활동에 임하게 된다. 건전한 문화가 형성되고 경제활동 참여자들 간에 건강한 관계가 맺어지며 더욱 견고하고 튼튼한 경제가 만들어진다. 이를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 사용처가 늘어나고, 이는 곧 비트코인의 수요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바로 ‘하이퍼비트코이나이제이션 (Hyperbitconization, 법정화폐 대신 비트코인이 주류 화폐로 채택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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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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