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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치솟아 세계 중앙은행들 웃을 때, 韓銀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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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이 치솟으면서 지난해부터 금을 사들인 각국 중앙은행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중앙은행의 ‘골드러시’에서 벗어나 10년간 금 보유량을 늘리지 않은 한국은행은 금 강세장에서도 웃지 못하고 있다. 한은의 금 보유량이 적정한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중앙은행, 사상 최대 金 보유량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국제 금 선물가격이 최근 6주 연속 상승하면서 한때 트라이온스당 1940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저점 대비 20% 올랐다. 역대 최고가(2069달러)도 사정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9월 기준 3만6746t으로, 1974년 이후 4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지난해 3분기에 매입한 금만 총 399.3t에 달한다.

세계금협회 자료를 보면 터키,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 매입을 주도했다. 중국 인민은행도 최근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 보유량을 약 29t 늘렸다. 2019년 3월 이후 3년여 만의 금 매입이다.

중앙은행들이 금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강(强)달러가 지속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급락했는데, 금이 외환보유액 손실을 메워주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19년 코로나19 확산 등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금 수요가 확대됐다”며 “금융위기 이전에는 글로벌 중앙은행이 금을 순매도했지만, 이후 순매수로 변모해 꾸준히 금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 보유량은 10년째 그대로
한은은 요지부동이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3년 2월 이후 10년째 104.4t에 머물러 있다. 달러로 환산하면 47억9000만달러어치다. 한국 외환보유액(4232억달러)의 1.1% 수준이다. 한은은 시가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가로 표시한다. 현재 금 시세로 계산하면 65억달러(약 8조8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2010년만 해도 14t에 불과했다. 그 해 금 보유량 기준 세계 57위였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금 보유량이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한은은 김중수 총재 시절인 2011~2013년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공교롭게도 한은이 금을 사들인 직후 금값이 내리면서 정치권에서 ‘투자 실패’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기준으로 한은의 평가차익은 2조3000억원 규모다. 평가수익률은 35.7%에 이른다.

한은도 지난해 미국 달러화 약세가 예상되자 실무적으로 금 매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환보유액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금 비중을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금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금이 다른 자산을 대체할 만한지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유하고 있어 봐야 이자도 안 붙고 보관료만 내는 금을 무작정 늘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한은은 보유 중인 금을 영국은행(BOE)에 위탁해 보관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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