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눈으로 출퇴근이 힘든 요즘입니다. 굳이 회사 건물이 아니라도 통근길 걱정 없이 업무에 열중할 곳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이같은 직원들의 마음을 반영해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 오피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도심 빌딩을 벗어나 각종 명소에서 머리를 식히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26일 IC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다음달부터 워케이션 오피스를 정식 운영합니다. 산이나 바다 근처 휴양지에서 근무하고, 업무 시간이 끝나면 그곳에서 개인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 강원 강릉 안목해변 인근 한 호텔과 경기 이천시 곤지암리조트에 워케이션 오피스를 마련했습니다.
이 워케이션 오피스는 개인부터 팀 단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정 프로젝트의 태스크포스(TF)나 팀 구성원들이 협업 과정에서 쓸 수 있습니다. 팀 모두가 한 방에 묵는 것은 아니고,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해 1인1실이 원칙입니다. 직원이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가족들과 함께 묵기로 신청할 수도 있고요.
LG유플러스는 이달 한달간 워케이션 오피스를 시범 운영하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정식 운영 과정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달 초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워케이션 오피스 이름을 공모하기도 했습니다.
워케이션 오피스는 기존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거점오피스와도 차별화됐습니다. LG유플러스는 서울 마곡사옥, 경기 과천국사, 경기 판교 등에서 거점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원, 장거리 통근이 힘든 직원, 외근이 많아 사무실을 잠깐씩만 쓰면 되는 직원 등이 집에서 가까운 업무 공간을 활용해 보다 수월히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비해 워케이션 오피스는 직원이 평소 생활·근무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주변을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SK텔레콤도 비슷한 워케이션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분산 오피스 중 한 곳을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 열었습니다. 아차산 자락에서 '한강뷰'를 보며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인데요.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SK 계열 ICT 직원들도 함께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들 기업들은 워케이션 오피스를 통해 직원들의 긍정적 경험을 살리고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색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창의성을 발휘하고, 일이 끝나면 머리를 식히며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업무 능률과 근로 만족도를 두루 올린다는 얘기입니다. 이같은 긍정적인 경험이 축적되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케이션 오피스가 단순히 '편히 노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 이상이 워케이션 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네요.
각 기업은 워케이션 오피스를 주요 B2B(기업간거래) 사업 테스트베드로도 보고 있습니다. 자사 통신·데이터 인프라,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협업툴 등 B2B 사업 제품을 모두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활용해보면서 실제 쓰임새를 따져보며 기능을 고도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유플러스의 경우엔 자체 가상화데스크톱인프라(VDI)를 기반으로 유플러스웍스(U+웍스), 미트유 등 각종 협업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클라우드 PC 협업툴 마이데스크, 영상통화 솔루션 미더스 등을 두고 있고요.
한 ICT 기업 관계자는 "워케이션 오피스는 자체 협업툴 뿐 아니라 자율주도적 업무 체계 등 기업의 유무형 인프라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원격 근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자체가 통신사에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