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노조와 시민단체에 지원한 2342억원의 보조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부정 사용 사례가 적발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최대 다섯 배의 제재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향후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조와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회계 관행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고용노동 분야 17개 사업에서 1244개 민간단체에 지급된 2342억원의 지원금을 오는 3월 15일까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원 대상 선정의 적법성 △회계처리 투명성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횡령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직접 지원하거나 위탁한 사업도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고용부는 지난해 ‘합리적 노사관계 지원’을 명목으로 노조에 35억9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중 한국노총 소속 15개 단체의 21개 사업에 29억2600만원, 민주노총 소속 13개 단체의 16개 사업에 3억3100만원을 지급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2010년께 감사원 지시로 보조금 사업에 대해 현장조사를 한 적이 있지만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노동단체들이 운영하는 양성평등상담소 등 부설 기관에 지급되는 보조금도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전수조사를 위해 특별 감사반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어 본부와 지방청, 산하기관을 통해 서면 전수조사(1차 조사)를 한다. 여기서 부정 사례가 적발된 민간단체에 대해선 현장조사(2차 조사)에 나선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전수 점검을 통해 민간 보조금을 더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보조금을 취하는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국가보조금 관리체계 전면 재정비’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17일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사업 감사 관련 시·도회의’를 열고 복지분야 국고 지원금 집행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대상엔 지난 3년(2020~2022년)간 복지부가 직접 지원한 34개 사업 1142억원 외에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한 9301억원, 산하 공공기관을 통해 지원한 3674억원이 포함됐다.
복지부에 이어 고용부까지 고강도 조사에 나서면서 지난 정부 때 무차별적으로 늘어난 노조·시민단체 보조금에 대한 개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노동 개혁을 위한 전방위 압박이란 해석도 나온다. 고용부는 이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 땐 올해 3분기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DART) 같은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253개엔 회계장부 비치·보존의무를 이행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고용부는 26일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센터’도 가동한다. 특정 노조 가입을 강요하거나 탈퇴를 방해하는 행위, 노조 재정의 부정 사용, 노사의 폭력·협박 행위, 채용 강요 등을 집중적으로 신고받을 계획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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