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롯데 듀티프리(면세 유통) 벨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인에게 의존하는 전략의 위험성이 입증된 만큼 중국 여행객이 많이 가는 국가에 매장을 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게 롯데의 구상이다.
호주에서 글로벌 경쟁사 제쳐
롯데면세점은 호주 멜버른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최근 획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현재 이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스위스 듀프리를 비롯해 독일 하이네만, 홍콩 DFS 등 유수의 글로벌 면세사업자 6곳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롯데면세점은 오는 6월 1일부터 멜버른공항점을 운영한다. 사업 기간은 2033년 5월까지 총 10년이다. 멜버른 공항면세점은 출국장과 입국장 면세점을 합쳐 총 3592㎡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공항 사업장 중에서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롯데면세점은 멜버른공항점을 5800㎡까지 확장해 연매출 3000억원의 매장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화장품, 향수, 주류, 담배를 비롯해 패션잡화 등 전 품목을 취급한다.
업계에선 롯데면세점이 온라인 면세점 운영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쟁쟁한 글로벌 사업자들을 제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 롯데면세점은 2000년 세계 면세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인터넷 면세점을 선보였다.
이에 따라 여행객은 비행기 탑승 3시간 이전까지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출국자는 온라인에서 결제하고 공항 인도장에서 편리하게 면세품을 수령한다. 롯데면세점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13년 8%, 2016년 24%, 2020년 45%로 불어났다.
“중국인 의존도 낮춘다”
롯데면세점의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은 2018년 호주의 JR듀티프리로부터 호주·뉴질랜드의 5개 면세점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롯데면세점의 오세아니아 지역 매장은 시드니시내점, 브리즈번공항점, 멜버른시내점, 다윈공항점, 뉴질랜드 웰링턴공항점 등 5개다.해외 진출 확대를 통해 국내 입국 중국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게 롯데의 의도다. 이런 전략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미국, 일본, 베트남 등 6개국에서 1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연내 문을 열 예정인 멜버른공항점과 베트남 하노이시내점을 포함하면 해외 매장은 총 15개점이 된다.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 상장에도 청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수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롯데그룹을 한국 롯데지주 중심의 단일 지배구조로 만들려면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계열사 지분을 줄여야 한다. 호텔롯데의 지분 99%는 일본롯데홀딩스, 일본주식회사L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6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조사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됐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롯데면세점(면세사업부)이 큰 타격을 받아 상장작업이 답보 상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