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성.’ 문학평론가이자 소설가 그리고 교육자인 이어령 선생(1933~2022)은 생전 이렇게 불렸다.
1933년(호적상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이어령은 1955년 문학비평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서울대 국문학과 학생이었던 그는 당시 ‘천재 시인’ 이상에 대한 평론을 학보에 실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한국일보에 당시 중견 문인이었던 소설가 김동리 등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1973년 출판사 문학사상사를 세웠고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을 발행했다. 이상문학상을 제정해 소설가 김승옥, 박완서, 이문열 등을 발굴했다.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고,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총괄했다. 당시 슬로건 ‘벽을 넘어서’와 ‘굴렁쇠 소년’이 그의 작품이었다.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을 맡아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 발족, 조선총독부 철거 및 경복궁 복원 계획 수립 등을 이끌었다. 주요 저서로는 <디지로그>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이 있다. 한국 사회의 위기 상황마다 고언을 아끼지 않는 원로 역할을 해왔다. 췌장암 투병 끝에 지난해 2월 별세했다. 다음달 26일이 1주기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