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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는데" 애플의 중국 사랑…결국 터질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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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누가 휴대폰 왕(노키아)을 이길 수 있으랴. (경제매체 포브스)"

2007년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핀란드의 노키아 이용자 수는 9억 명에 달했다. 하지만 16년 후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아이폰 이용자 수는 12억 명을 돌파하며 노키아를 뛰어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이러한 역전을 이뤄낸 배경으로 애플의 정교한 중국 공급망을 꼽았다. 지난 10년 반 동안 애플이 자사의 제품 디자이너와 제조 설계 엔지니어를 중국에 파견하며 공급망을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부가 탈중국 기조를 강화하고 지난해 4분기 중국의 코로나19 방역으로 정저우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 사태로 아이폰 생산 우려가 커지자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공급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점했던 애플에 외려 부메랑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에 공급망 구축한 애플...일인자로 우뚝
공급망에 대해 연구하는 케빈 오마라는 FT에 "애플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생산을 중국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플이 중국에 들어가 직접 역량을 구축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애플은 최고의 제품 디자이너와 제조 설계 엔지니어를 중국에 파견해 수개월씩 일하도록 했다. 파견된 직원들은 새로운 생산 프로세스를 공동으로 설계하고 제조의 세부 사항을 감독했고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공급사 맞춤형 기계를 제작하기도 했다. 규정에 제대로 따르고 있는지도 감시했다.

애플이 중국에 투자한 장치의 가치는 2009년 3억7000만달러에서 2012년 73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아심코를 운영하는 호레이스 데비우 전직 노키아 임원은 "2012년을 기준으로 중국에 있는 애플 제품 생산 장비의 가치는 전 세계 애플의 건물, 소매점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애플의 투자에 화답했다. 애플은 2008년 이후 최소 2360만 명의 노동자에게 관련 교육 실시했다고 추정한다. 대만 전체 인구수보다도 많다. 양질의 노동력도 제공했다.

중국으로 가장 먼저 눈을 돌린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은 "미국의 모든 제조업체가 초대받아도 이들의 노동력은 강당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면서 "반면 여러 개의 중국 도시는 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에 위치한 기업들도 수혜를 누렸다. 2000년 아이맥을 조립하기 시작한 폭스콘은 2000년 매출이 30억달러를 웃돌았지만 2010년에는 980억달러로 치솟았다. 5대 경쟁사의 매출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오마라는 "애플의 투자는 회사와 국가를 변화시켰다"며 "애플이 중국에 들어가 쏟은 기술이 현재 중국의 기술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메랑 된 애플의 중국 사랑
하지만 애플이 단일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키운 것이 문제가 됐다. 중국에 대한 제조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정치적 압력을 비롯해 투자자들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는 관세 위협이 커졌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미국 기술에 대해 중국 기업의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노동자 인권 탄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폭스뉴스 소속의 힐러리 본 기자는 쿡 CEO에게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 공산당과 거래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저우 폭스콘 공장이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사실상 생산 중단에 들어간 것도 악재가 됐다. 애플도 자사의 중국 의존도가 중대한 공급망 불안을 야기했다고 인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통상 수익성이 좋은 기간으로 인정받는 연말·연초 휴일 동안 애플 아이폰은 600만 대가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FT는 경쟁사에 비해서도 애플의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애플의 주력제품인 아이폰을 포함해 에어팟, 맥, 아이패드의 95%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 지난해 애플은 매출의 약 5분의 1인 740억 달러를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FT는 "중국에서 제조업은 대폭 축소한 삼성과 대조적이다"고 했다. 삼성은 라이벌인 화웨이, 샤오미 등의 사업이 성장하면서 현지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후 2019년 중국 공장을 폐쇄했다.

다른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경쟁사도 애플만큼 중국에 의존적인 기업은 없다. 메타, 알파벳은 디지털 광고에 의존하고 있고, 아마존은 중국에 진출해있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중국 하드웨어 수익 점유율은 약 6%에 불과하다.
◆인도로 공급망 이전...효과 볼까
새로운 제조업 허브로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는 후보는 인도다. 실제로 여러 외신은 폭스콘 정저우 공장 사태가 불거지면서 애플의 공급망이 인도로 이전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도 인도 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최신 기종인 아이폰 14의 5~10%를 인도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JP모간은 "2025년까지 인도가 전 세계 아이폰의 25%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는 아이폰 생산은 5%를 밑돈다.

하지만 FT는 공급망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가 애플 제품 생산에서 맡은 공정은 'FATP(Final Assembly, Test and Pack)'이다. 최종 조립, 테스트, 포장을 뜻하는데, 이를 위한 부품이 주로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스티븐 청 블룸버그인텔리전스 기술 애널리스트는 "공장은 이동할 수 있지만 공급망은 이동할 수 없다"며 "인도에는 공급망이 없고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의 지원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교통, 유틸리티와 통신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같은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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