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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전 도로에 車를 맞춰라…화물·냉동차, 600kg 특수장치 달고 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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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냉동차, 고소작업차(높은 위치에서 작업이 가능하게 만든 차량) 같은 특장차 제조 업체들은 차량을 만들 때마다 차체 하부에 600~800㎏짜리 특수 장치를 부착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 장치는 차량이 좌우로 35도까지 기울더라도 전복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엔 도로 좌우 기울기가 10도를 넘는 곳이 없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도 없는 고강도 규정이다.

35도라는 비현실적 ‘최대안전 경사각도’ 규제는 어떤 연유로 만들어진 것일까. 고속도로는커녕 신작로조차 드물던 1962년 열악한 도로 사정을 감안해 관련 규정이 마련됐다. 60년이 지난 요즘 도로 환경은 크게 바뀌었고, 트럭은 안전 관련 첨단 장비로 무장했지만 ‘화석화한’ 규제는 여전히 특장차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안전을 위해선 만에 하나라도 대비해야 한다지만 과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특장차 업계의 숱한 규제 개선 요구에도 정부는 검토 여부조차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장차 업계는 지난해 8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35도라는 경사각도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해가 바뀌어도 수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한 차례 회의가 열리긴 했다. 하지만 담당 부처인 국토부는 갑자기 빠진 채 한국자동차안전연구원 관계자만 참석한 반쪽짜리 회의였다. 업계 관계자는 “잦은 담당자 교체와 정부의 미적거림으로 규제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다른 관계자도 “기존 35도에서 30도만으로라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는데 답이 없다”고 했다.

화석화한 낡은 규제 탓에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600~800㎏짜리 철강재를 달고 하루 수백㎞를 오가느라 연간 수천만원의 기름값을 추가 지출하는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경기 평택에서 화물용 8t 카고 트럭을 모는 운송기사 A씨는 “대형 트럭은 정해진 도로만 오가기 때문에 경사진 도로를 달릴 일이 없다”며 “무엇을 나르고 어느 도로를 이용하는지 트럭의 특성에 따라 법 적용에 예외를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부 공사 현장 등에서 한쪽 차선을 폐쇄하는 특수 상황에 경사가 급한 급커브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폭(차량 너비) 완화 문제도 해묵은 숙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에 친환경 트럭을 판매하고 싶어도 국내 자동차 인증 기준이 유럽과 달라 도입이 지연돼 기사들 모임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개정된 자동차안전기준법에 따라 전장(길이)은 13m, 전고(높이)와 전폭은 각각 4m, 2.5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은 전장 기준이 따로 없고 전고가 4.3m, 전폭이 2.55m다. 수입 상용차 업체들은 유럽 기준에 맞춰 개발한 트럭의 도입을 포기하거나 전용 모델 개발을 위해 추가 비용을 들이는 실정이다.

강경주/안대규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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