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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얼마나 팔릴 지 알려주마"…초밥 점쟁이의 정체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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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외곽에는 1년 내내 손님이 없는 회전초밥 가게가 있다. 회전초밥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가 특유의 달칵달칵 소리를 내며 테이블 주위를 반복해서 돌지만 손님은 없다. 접시 위에는 초밥 대신 물에 적신 종이와 물을 채운 컵이 올려져 있다.



가게 한 켠에 모여있는 직원들은 서빙 대신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회전초밥 테이블 위에는 컴퓨터와 각종 정보기술(IT) 설비들이 늘어서 있고, 테이블 주변으로 복잡한 전선이 얽혀 있다.

회전초밥 가게와 IT 기업 사무실을 섞어놓은 듯한 이 곳은 일본 최대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로의 비밀 연구기지다. 지난달 15일 한국 언론 최초로 방문한 스시로 연구기지의 주소는 ‘비공개’였다. 경쟁사들이 위치를 짐작하지 못하도록 외관을 촬영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정식 명칭도 없이 그저 ‘스튜디오’로 불린다.



스시로 스튜디오에서 '외식업의 기본 전략은 오직 박리다매'라는 상식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매일 오후 2시 스시로의 644개 전 지점에는 점포별 예상 매출과 판매량이 전달된다. 올 1월말 도입한 판매예측시스템을 통해서다. '오늘은 초밥 몇 접시가 팔릴 예정'이라는 단순한 예상이 아니다.

'참치 초밥 120접시, 방어 초밥 80접시' 하는 식으로 120종류에 달하는 스시로 메뉴가 각각 몇 접시씩 팔릴 지를 알려준다. 점장은 이 예상치를 바탕으로 횟감을 어종별로 얼마나 해동하고 절단할 지를 지시한다. 다카하시 히로아키 스시로 난바암자점장은 “매일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횟감 사용량을 정확히 모르는 신입사원도 횟감 발주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당일 뿐 아니라 앞으로 2주 동안 점포당 매출 예상도 1일 단위로 예측할 수 있다. 점장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식재료를 미리 발주하고, 직원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근무시간대를 정할 수 있다. 사카구치 유타카 스시로 정보시스템 부장은 "예측시스템의 진화로 시판 전인 신메뉴와 3개월 앞의 매출도 예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날씨와 요일, 시간대에 따른 판매량도 예측할 수 있다. 심지어 현재 매장 안의 고객수와 각각의 고객이 식사를 시작한 시간에 따라 초밥이 몇 접시 더 팔릴 지도 미리 알 수 있다.



각 점포는 이 숫자에 맞춰 밥을 추가로 지을 지, 직원들을 일반 쥠 초밥 제작 파트에 집중적으로 배치할 지, 군함 초밥 파트에 더 많이 배치할 지 판단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스시로가 일본 외식업계에서 식품과 IT를 본격적으로 접목시킨 선구 기업이기 때문이다.

스시로는 2002년 '회전초밥 종합 관리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사카구치 부장은 "IC칩을 사용해 단품 관리를 관리하는 회전초밥종합관리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특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초밥 접시 한장마다 바닥에 IC칩을 내장해 판매 데이터를 수집했다. 접시 한 장당 제조원가가 500엔에 달하지만 3000만엔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 가격에 비하면 큰 부담이 아니라는게 스기나미 나오토 스시로 정보시스템 부장의 설명이다.



스시로가 점포 하나를 내는데는 1억엔 이상이 든다. 도시형 점포는 초기 비용이 2억엔을 넘기도 한다. 여기서 쌓아올린 판매자료는 빅데이터라고 부르기 손색이 없다. 스시로를 찾는 고객은 1일 평균 43만명. 1년 동안 일본 인구보다 많은 1억5776만8000명이 스시로를 방문한다.



한 해 팔리는 초밥은 16억1600만 개, 초당 3접시가 팔려나간다. 길이로 늘어놓으면 24만2300㎞로 지구를 6바퀴 돌 수 있다. 종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20년 동안 쌓인 데이터는 접시 200억 개 분량이었다. 스시로는 이 가운데 20억 개 분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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