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창업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62)가 설립 25년 만에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는 이날 퇴진 성명에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CEO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을 사례로 들면서 "창업자도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퇴진 후 넷플릭스 이사회와 후임 공동 CEO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넷플릭스 주식 가치 상승을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다. 그는 "자선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장직을 맡기로 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회장은 창업자가 CEO의 바통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자주 하는 역할"이라며 "미국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위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1997년 8월 넷플릭스를 처음 설립해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키워냈다. 그는 DVD 대여로 사업을 시작해 2007년 컴퓨터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며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후 각종 인기 콘텐츠의 흥행으로 넷플릭스는 2017년 가입자 1억 명을 확보했다. 2020년 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산업 특수를 누리면서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다.
헤이스팅스 CEO의 퇴진과 함께 발표된 지난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2022년 4분기 가입자는 766만 명 급증했고 작년 말 회원은 2억30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6개월 동안에는 곤두박질쳤던 주가가 다시 회복하며 거의 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가까이 증가한 7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500만달러로 90% 급감했다.
넷플릭스 측은 드라마 '웬즈데이', 영화 '나이브스 아웃:글래스 어니언', 해리 왕자 부부의 다큐멘터리 '해리와 메건'이 인기를 모으며 가입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도입한 광고 요금제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구독자들이 광고를 보는 대신 값싼 요금제를 택할 수 있게 한 제도를 한·미·일 등 12개국에 도입했다.
닛케이는 "기존보다 20~40% 저렴해 한 번 해지했던 구독자를 다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헤이스팅스 창업자도 "광고 요금제를 진작에 도입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넷플릭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등했다.
헤이스팅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넷플릭스의 지휘봉은 서랜도스와 그레그 피터스 공동 CEO에게 넘어갔다. 서랜도스는 2020년 7월부터 공동 CEO로 활약해왔고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이번에 승진한 피터스는 광고 요금제 출시를 주도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